제87화
“누가 내가 감히 못 한다고 했어. 나 나는 그건...”
여소정은 원래 자신의 찌질함을 변명하려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바람을 피운 건 온나연인데 왜 자신이 주눅이 들어야 하는지 억울해졌다. 오히려 자신이 목청을 높여 사람들을 불러 모아 간통 현장을 잡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온나연, 저 여자가 감히 친딸을 데리고 남자랑 사석에서 만나다니 완전히 우리 오빠 얼굴을 바닥에 내팽개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가자... 내가 절대 그냥 쉽게 넘어갈 수 없어.”
여소정은 말을 마치자마자 용기를 백이십 퍼센트 끌어모아 씩씩거리며 뛰쳐나갔다.
이때 임창수는 이미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고 있었다.
“멈춰, 멈춰.”
여소정은 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크게 외쳤지만 택시는 이미 출발해 버렸다. 그녀도 황급히 택시를 잡아타며 말했다.
“기사님, 앞차를 따라가 주세요.”
어둠 속에서 두 대의 차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려 결국 온나연이 묵고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임창수는 곧바로 온나연을 가로로 안아 들고 긴 걸음으로 호텔 안으로 들어갔고 여희수는 바싹 뒤따랐다.
“저기, 당신들 멈...”
여소정은 차에서 내린 후 임창수 일행과 사실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다. 소리를 내면 임창수가 바로 알아챌 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막 목소리를 높이려는 순간 아까 임창수와 대치했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고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등 뒤에서 식은땀이 솟아올랐다. 결국 그녀는 또다시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왜 그래? 사람이 바로 앞에 있는데 쫓아가지 않는 거야?”
여소정의 남자 친구는 세상이 어지러워지기를 바라는 듯 계속 그녀를 부추겼다.
“생각해 봤는데 내가 잡으러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우리 오빠가 직접 잡으러 가야 돼. 나는 여기서 지키고만 있으면 돼.”
여소정은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도 나름 합리적인 변명을 생각해 냈다.
“그것도 그러네. 이런 일은 당사자가 잡아야 더 자극적이지.”
여소정의 남자 친구는 손을 비비며 재촉했다.
“그럼 뭘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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