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30분 후 여경민은 차를 몰아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호텔 문 앞에 도착했다. “오빠, 여기예요.” 여소정은 차에서 내리는 여경민을 보자 흥분해 손을 흔들었다. “온나연은?” 여경민은 얼굴을 굳히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호텔에 들어갔어요. 아마 이미 체크인했을 거예요.” 여소정은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면서도 온나연에 대한 혐오를 담아 과장된 어조로 말했다. “오빠는 모르실 거예요. 아까 제가 새언니랑 그 잘생긴 남자가 함께 있는 걸 봤는데 껴안고 난리였어요. 그게 다가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기에 제일 끔찍한 건 희수까지 데리고 왔다는 거예요. 아마 희수를 방패막이로 쓰려는 거겠죠. 쯧쯧 세상에 어떻게 그런 뻔뻔한 엄마가 있겠어요? 감히 자기 딸을 데리고 남자와 밀회하다니...” “닥쳐.” 여경민은 싸늘한 얼굴로 두 눈을 날카로운 칼날처럼 빛내며 단호하게 끊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네 새언니를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건 무례야.” “오빠, 그건 제가 직접 본 건데 왜 결론이 안 났다는 거예요? 지금까지도 새언니를 감싸려는 거예요?” 여소정은 그의 날카로운 시선에 겁이 났지만 오빠가 안쓰러워 억지로 용기를 내어 계속 온나연을 비난했다. “새언니와 그 남자는 그냥 껴안고 있었어요. 지금쯤이면 침대에서 뒹굴고 있겠죠. 희수가 뭘 보게 될지 누가 알아요? 오빠는 YS 그룹의 대표이자 희수의 친아버지인데 정말 참을 수 있어요? 수치스럽다고 생각 안 해요? 오빠가 참든 못 참든 나는 못 참아요. 우리 여씨 가문이 이런 모욕을 당할 수는 없어요.” “그럼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여경민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분노 때문이라기보다 두려움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여소정의 말이 사실이라면 온나연이 그를 속이고 파렴치한 짓을 하는 게 맞다면, 그것이 두려웠다. “나는... 그냥 오빠 의견을 따를게요.” 여소정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의분에 가득 차 있었지만 막상 직접 나서야 할 상황이 되자 꼬리를 내렸다. 왜냐하면 아까 봤던 그 잘생긴 남자는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