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여소정은 고개를 숙이고 한없이 얌전하고 비굴하게 굴었다. “???” 옆에서 지켜보던 여소정의 남자친구는 눈을 크게 떴다. 여소정이 이렇게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정이가 이 꽃미남의 기에 눌린 건가?’ 하지만 여소정은 여씨 가문의 막내딸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신분 높은 거물들을 적잖이 만나봤을 터였다. 설마 이렇게까지 공손할 필요는 없을 거로 생각했다. 게다가 이 꽃미남은 온나연 같은 늙은 여자에게 돈을 받고 사는 신세에 불과하다고 여겼기에 높은 신분일 리 없다고 단정했다. “저기요. 여경민 씨가 누군지 알아요? 우리 소정이가 누군지는 아냐고요?” 여소정의 남자친구는 어깨를 으쓱이며 허세 섞인 말투로 나섰다. 임창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여전히 모든 것을 깔보는 태도였다. “알 필요 없어요.” “왜 알 필요가 없어요? 우리 소정이의 사촌 오빠 여경민 씨는 YS 그룹 대표예요. 아무나 밟아 죽일 수 있는 거물인데 당신 감히...” 여소정의 남자친구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여소정의 손바닥이 그의 뺨을 후려쳤다. “네가 함부로 나설 자리야?” “소정아, 너... 너 지금 저 사람을 감싸는 거야...?” “내가 저분을 감싸지 않으면 널 감싸야 해?” 여소정은 남자 친구에게 날카롭게 면박을 주고는 입을 다물라고 명령했다. 이어 다시 고개를 숙여 임창수에게 비위를 맞췄다. “제 남자 친구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무식해서 제 태도를 대변하는 게 아니에요. 저의 남자 친구는 그 사람이고 저는 저예요. 저는... 당신을 존경하고 있어요.” “여소정 씨는 눈치 있군요.” 임창수는 차갑게 웃으며 여소정이 생각보다 영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씨 가문도 재벌 가문이다. 이런 집안 출신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뛰어난 법이다. 그녀는 그의 남다른 점을 알아봤기에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 이러면 쓸데없는 소통에 낭비할 시간이 줄어든다. “이리 와요.” 임창수가 손짓하자 여소정은 홀린 듯 망설임 없이 다가가 귀를 가까이 댔다. “여소정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