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13장
슈우욱...
찰나와도 같은 순간 이천후는 가까스로 제곤을 멈췄다.
제곤의 끝이 공작 성녀의 이마를 스치듯 비껴갔다.
“심장 떨리게 좀 하지 마. 일찍 좀 말하지.”
이천후는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공작 성녀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공작 성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수천 년을 기다려온 끝에 결국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천후가 진정으로 자신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지는 않았다. 몸이 완전히 회복되기만 하면 그를 죽이든지 도망치든지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분명 그런 계산이 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오래가지 못했다. 자신의 신혼을 감싸고 있는 그 끔찍한 불꽃의 존재를 느끼고 나서 공작 성녀는 절망에 빠졌다.
이천후의 정신이 조금만 움직여도 그녀는 재조차 남지 않고 사라질 것이다. 공작 성녀쯤 되는 존재라면 그 진실 여부는 충분히 분간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그녀는 이천후의 명령에 절대로 거역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이천후는 공작 성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무심한 말투로 말했다.
“이제부터 넌 내 사람이야.”
그 말은 공작 성녀에게 있어 가장 굴욕적인 선언이었다.
그녀는 이천후를 바라보며 눈빛 속에 서늘한 냉기가 번뜩였다.
“아직도 네가 어떤 처지인지 완전히 깨닫지 못한 모양이군.”
이천후는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정신을 살짝 움직이자 공작 성녀의 신혼에 얽혀 있던 정신력 형태의 정원 진화가 형상을 드러내며 실체 있는 불꽃으로 변해버렸다.
그 순간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정화의 실체는 바로 태양 화정인데 그것은 법보마저 녹여버릴 수 있는 무서운 화염이었다. 하물며 연약한 신혼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아악...”
공작 성녀는 비명과 함께 고꾸라졌고 이마를 감싸 쥔 채 바닥을 굴렀다.
그 불꽃은 마치 혼을 지지는 듯한 고통을 주었고 그녀의 온몸은 경련하듯 떨렸다.
“이천후, 멈춰! 제발 멈춰!”
공작 성녀는 절규하며 외쳤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목소리였다.
“흥.”
이천후는 냉소를 흘리더니 다시 정신력을 살짝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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