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93장
“진기범, 아까는 절대 안 먹겠다고 맹세하지 않았어?”
도요 공주는 반쯤 익은 고기 한 점을 손에 쥐고 말했다. 그녀의 손끝에 기름이 묻어서 반짝였고 커다란 눈엔 모닥불의 불꽃이 비쳐 넘실대고 있었다.
하지만 진기범은 대답은커녕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기린 혈맥? 분천원왕의 신수? 그딴 건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그는 그저 먹고 또 먹는 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모두가 철솥 주위를 둘러앉아 정신없이 뜯고 있자 나다현도 결국엔 참지 못했다. 그녀는 넓은 소매를 걷고 하얀 팔을 내밀어 향기가 진동하는 고기를 건져 올렸다.
그리고 고기가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수축했다. 태양 화정으로 끓여낸 이 기린마 고기는 어느 정도 경지를 뛰어넘는 맛이었다.
붉은 노을 아래, 여섯 명이 검게 그을린 철솥을 둘러싸고 앉아 있었고 주변엔 윤기가 감도는 오색 뼈 조각들이 흩어져 있었다.
이천후는 마지막으로 푹 익은 힘줄 한 조각을 입에 넣고 뒤에 있는 바위에 몸을 기대고는 배를 쓸어내리며 길게 트림을 뱉었다.
“이건 진짜 죄악이야...”
이때 진기범이 비틀거리며 개울가로 달려갔다. 손가락을 모래와 이끼 속 깊이 박아 넣고 거울처럼 맑은 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목구멍에서 죄책감만이 아니라 기린의 피와 이수의 정수가 뒤엉켜 타오르는 듯한 통증이 치밀고 있었다.
나다현은 자기 손바닥에 흐릿하게 남아 있는 빛무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수인을 맺고 흔들리는 영력을 억눌렀다. 그녀는 속으로 자책했다.
‘내가 왜 그깟 고기에 정신을 뺏겼을까...’
바로 그때 하늘에서 천둥 같은 포효가 터져 나왔고 그 울림에 온 산맥이 떨렸다.
“이 들쥐 같은 놈들, 어서 나와 죽음을 받아라!”
분노를 실은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주변의 산과 바위들이 일제히 금이 갔다.
모두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찢어진 구름 사이로 해를 가릴 정도의 거대한 황금빛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용암을 밟고 선 황금 마수, 바로 분천원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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