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02장
분천원왕이 주먹을 꽉 쥐자 뼈마디가 뚜둑거리는 소리를 냈다. 털 사이로 피어오르는 살기가 저녁노을을 받아 어른거리며 밝았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시선 끝에 기린신자의 모습이 스치자 분천원왕은 몸을 움찔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산속 원숭이로 유유자적하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죠.”
이 예상치 못한 태도 변화에 진기범과 나다현은 허리를 삐끗할 뻔했다. 반 시간도 안 된 그 전까지만 해도 이 악명 높은 요왕은 불꽃 구름을 타고 나타나 황산을 잿더미로 만들겠다, 이천후를 참살하겠다고 맹세한 바 있었다.
그런데 저 ‘옥린’이라 불리는 사내가 방금 입 한번 뗐을 뿐인데 분천원왕이 이토록 돌변한 것이다. 그 전환이 너무도 극적이어서 보는 이들 모두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이천후의 시선이 옥린의 허리춤에 매달린 검푸른 옥패를 스치자 눈동자가 순간 수축했다. 그 고대 요문의 문양이 새겨진 옥패에선 웅장한 기운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는 옆에 있는 도요 공주가 소매 속에 감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눈치챘다. 요족 귀족인 그녀의 눈처럼 흰 목덜미에는 가느다란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그것은 노을빛에 비쳐 진주처럼 반짝였다.
‘도대체 저 기린신자는 정체가 뭐지?’
이천후의 가슴속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반면 도요 공주는 어렴풋이 그의 정체를 짐작하고 있었다. 비록 그녀가 기린신자를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그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분천원왕이 기린신자의 하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분천원왕이 요왕 열 명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기린신자의 후광 덕분이었다. 분천원왕을 이토록 얌전히 만드는 존재라면 그가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었다.
다만 도요 공주는 이천후에게 그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요족 세계는 위계가 엄격했고 신족은 금기의 존재였다. 수많은 종족들이 우러러보는 신족의 이름은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천후는 끝내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기린신자는 누가 봐도 대단한 요족 존재였다. 그의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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