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07장
저녁 노을이 스며든 비선성은 안개에 잠겨 있었다. 수천 개의 석방 지붕들이 황혼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수많은 이들이 ‘원석 도박의 성지’라 칭송하는 이 전설적인 도시엔 사방팔방에서 몰려든 수련자들이 들고나는 모습이 끊이지 않았다.
이천후는 황산의 정상에 우뚝 서서 저 멀리 펼쳐진 웅대한 성을 응시하고 있었다. 굳게 찌푸린 그의 미간은 내심의 걱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만약 만선천서가 세상에 드러났다는 소식이 새어 나간다면 등천로 전체가 들썩일 테고 난 틀림없이 모든 이의 표적이 되어 저 광풍 한가운데 휘말릴 거야.’
무한 요역의 세 신혈이 자리를 떠난 후 이천후는 망설임 없이 떠날 채비를 마쳤다. 이제 황산은 더 이상 머물 곳이 아니었다. 새로운 은신처가 필요했다.
탁재환과 안연철을 비롯한 일행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따로따로 행동하게 했는데 혹여 불씨가 번져 자신에게까지 튈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이천후는 이들에게 당분간 서로 연락을 자제하고 될 수 있는 한 눈에 띄지 말고 조용히 움직이라고 당부했다.
특히 안연철에게는 만약 그 신비한 고수에 대한 단서가 잡히면 반드시 비밀 부호를 통해 연락하라 신신당부했다.
그는 막연히 느낄 수 있었다. 어딘가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세력이 촘촘한 그물망을 짜고 있다는 것을. 거대한 폭풍이 다가오고 있으며 그것은 아마 며칠 사이에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붉은 달이 하늘에 떠오른 시각 이천후는 번개 늑대 보법을 펼쳐 몸을 유성처럼 날려 비선성을 향해 나아갔다.
그런데 도중에 그는 갑자기 등줄기를 타고 오싹한 기운이 스며드는 걸 느꼈다. 마치 그림자 속 수많은 눈들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즉시 신식을 펼쳐 수십 리 반경을 탐색했지만 이렇다 할 이상 징후는 감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지나치게 고요한 정적이 더욱 불안감을 자아냈다.
거대한 고목들이 얽히고설킨 산길에 조심스레 내려앉은 그는 다시금 신식을 넓혔다. 산바람에 실려오는 울음 같은 소리, 그 속에선 붉은 달빛 아래 이끼가 낀 바위만이 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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