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36장

좁은 골목 어귀, 산들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가운데 이천후는 그림자처럼 재빠르게 골목 안으로 몸을 숨겼다. 눈앞에 웅크리고 있는 수상한 실루엣을 보며 그는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닭 형님, 도대체 뭘 그렇게 몰래 하고 계시는 겁니까?” “망할 놈, 꺼져! 나 지금 터질 지경이란 말이다!” 닭 형상의 요괴가 날카롭게 욕을 내뱉더니 온몸의 깃털이 쭈뼛 서고 얼굴의 볏은 핏기 돌 듯 붉게 물들었다. 갑자기 몸을 낮추고 발톱을 움켜쥔 채 쪼그려 앉았고 이상한 소리와 함께 그 엉덩이 밑에서 온갖 빛깔이 어우러진 찬란한 알 하나가 굴러 나왔다.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정기가 어찌나 짙던지 주변 공기마저 떨릴 지경이었다. ‘지금... 알 낳는 거야?’ 이천후는 턱이 빠질 듯한 표정으로 말문을 잃었다. ‘수탉이 알을 낳았다고? 이게 말이 되냐, 세상에 수탉이 알을?’ 그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그 요괴는 번개처럼 알을 낚아채더니 우걱우걱 단 두어 입 만에 알노른자를 터뜨리며 씹어먹어 버렸다. “미친 거 아냐?” 이천후는 땅바닥에 튄 반짝이는 노른자 몇 방울을 가리키며 펄쩍 뛰었다. “호랑이도 제 새끼는 안 먹는다는데!” 꼬끼오오오... 닭 형 요괴는 목을 길게 뽑아 외마디 비명을 질렀고 그 충격적인 고음에 골목의 벽돌과 기와들이 와르르 흔들리며 떨어져 내렸다. 이천후가 귀를 막고 버둥거리는 틈을 타 그 요괴는 날개를 퍼덕이며 잽싸게 도망치려 했다. “거기 서!” 날쌘 잔상이 휙 하고 스쳐가며 이천후의 손끝에서 맑은 청색의 영기가 피어올랐다. “지겨워 죽겠네! 남이 알 낳는 게 네 알 바야?” 닭 요괴는 길을 가로막는 이천후를 향해 씩씩대며 소리쳤다. “도대체 뭘 낳은 거야?” 이천후는 땅에 떨어진 알껍데기를 가리키며 놀란 듯 말했다. “이 껍데기엔 선천적인 도문이 떠 있고 그 안에 담긴 정기의 위력은 내가 예전에 마셨던 신샘보다도 훨씬 강하잖아!” 달빛 아래 금빛 광택이 도는 깃털을 지닌 요괴는 목을 잔뜩 움츠렸다. “그게 말이지... 내가 전엔 신족의 후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