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41장
이천후와 공작 성녀는 몸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뜰 깊숙이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조각이 섬세하게 새겨진 누각 앞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감시자는커녕 문 앞에 개 한 마리도 없었다.
“뭔가 이상해.”
이천후는 눈앞의 칠흑같이 어두운 누각을 바라보며 등골이 서늘해졌다.
“정탁수가 아무리 인원이 부족해도 경비 하나 안 세운단 말이야?”
공작 성녀가 막 대답하려던 찰나...
촤아악.
갑자기 누각 전체가 금가루를 뿌린 듯 환하게 밝아졌다. 이어 뜰 안에 놓인 수백 개의 유리등이 차례로 켜지며 푸르스름한 벽돌 바닥이 은빛으로 빛났다. 두 사람이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정면의 조각문이 ‘쾅’ 소리와 함께 폭발하듯 열리고 세 사람이 기류를 타고 부드럽게 나타났다.
맨 앞에 선 이는 검은 옷을 입고 차가운 눈매와 살기를 품은 남자였는데 바로 정탁수였다.
그의 왼편에는 분칠을 두껍게 바른 공자 풍의 남자가, 오른편에는 꽃무늬 치마를 입은 여인이 서 있었다.
이천후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성운 사막에서 마주쳤던 도화 성자, 그리고 그 옆의 여인은 공작이 말했던 바로 그 방비 성녀였다.
“기다리고 있었어.”
정탁수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였고 그의 손에는 오색찬란한 공작 깃털이 들려 있었다. 깃털이 한 번 돌 때마다 공작 성녀의 안색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
이천후는 마음속으로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며 결계를 준비했으나 겉으론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탁수, 네가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줬다니, 영광이야. 다만 궁금한 게 하나 있어. 우리가 오늘 밤에 온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하!”
정탁수는 깃털을 꽉 쥐었다. 그러자 주위의 공기가 피처럼 붉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성운 사막에서 싸움이 끝난 후 나는 세상 곳곳에 삼백 명의 암자를 풀었지. 공작 이 계집이 비선성으로 도망친 걸 알았을 때 찾을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었거든.”
이천후는 반 발짝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
“말을 조심해. 공작은 내가 목숨을 걸고 지킨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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