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48장
황혜교가 정탁수랑 엮였다는 건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가 그다지 깊진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황혜교는 애초에 정탁수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기 수하가 정탁수를 죽이는 데도 가만히 있었으니 말이다.
“네가 여긴 왜 나타난 거지? 혹시 남 좋은 일 하러 온 거야?”
이천후는 팔짱을 낀 채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몸은 긴장으로 잔뜩 굳어 있었다. 그의 손끝엔 달빛이 응결돼 작은 별빛 조각처럼 떠다니고 있었고 언제든 기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원래는 그 멍청이와 손잡고 네 목숨을 거둘 생각이었지.”
황혜교는 턱을 치켜들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은실로 수 놓은 넓은 소매가 밤바람에 펄럭였다.
그녀는 고고한 성정 탓에 거짓말조차 하지 않았다. 돌려 말하는 법도 없이 자신의 의도를 드러냈다.
“그래?”
이천후는 그녀의 그런 직설적인 태도가 뜻밖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왜 정탁수를 도와주지 않은 거지?”
“흥, 네놈도 죽어 마땅하지만 정탁수는 더더욱 그래. 그 자식이 날 어찌 해보겠다고 내 몸에 마의 씨를 심으려 했어. 나를 완전히 조종하려고 말이야. 그러니 누가 누구를 죽이든 내 알 바 아니지.”
황혜교의 옷자락이 바람에 흩날렸고 흑발이 하늘하늘 나부꼈다. 눈빛은 맑았고 태도는 여전히 오만했으며 예전과 비교해도 크게 달라진 모습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나타난 이유는 또 뭐지?”
이천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당연히 널 죽이러 왔지.”
황혜교는 냉소를 흘렸다.
이천후도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아, 이제 알겠군. 우릴 싸움 붙여서 어부지리 얻어보겠다는 수작이었지? 안타깝지만 오산이야. 난 정탁수를 베었지만 아직 힘은 충분하다. 사흘 밤낮은 더 싸울 수 있어.”
“그래서?”
황혜교는 더 차가운 얼굴로 응수했다. 그녀의 몸에서 강한 기운이 솟구쳤고 순백의 치맛자락이 팽팽하게 일렁였다.
스윽.
이천후의 손바닥 위로 붉게 타오르는 작은 향로가 솟구쳤다. 입가에는 짓궂은 웃음이 번졌다.
“설마 이 향로 속 온천이 그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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