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45장
핏빛 저녁노을 아래 전장은 더 이상 승리를 노릴 수 없는, 다만 발악하며 저항만 하는 처참한 소굴로 변해버렸다.
황촌은 속전속결로 전투를 끝내려던 희망이 완전히 무너졌고 설상가상으로 요광 성자가 대군을 이끌고 이쪽으로 접근 중이었다. 지금은 단 1초라도 지체할 수 없는 시점이었고 시간이 갈수록 위험만 가중될 뿐이었다.
더욱 치명적인 문제는 여기가 지존연맹의 본거지라는 사실이다. 천지를 뒤흔드는 전투 소음은 이미 사방을 자극했고 수만 리 안의 요족 세력들이 흑조처럼 몰려들고 있었다.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구두사구, 화염 영역에서 뱀처럼 유영하는 거대한 적사, 보물을 조종해 허공을 가르는 화형 대요들까지. 그 모든 요족 병력들이 겹겹이 전장을 포위해 철통 같은 감옥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가장 소름 끼치는 건 따로 있었다. 주변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일부 인간 수련자들은 동족을 돕기는커녕 혼란을 틈타 몰래 이천후를 여러 차례 기습했다. 칼날과 검광이 뒤엉킨 가운데 실제로 그중 30%는 인간족의 손에서 날아온 살기였다.
“이 광활한 산천을 덮은 요족의 깃발들을 보라고!”
만악 성자는 핏빛 연꽃대 위에 선 채 압도적인 기세로 목소리를 높였고 손끝으로 짙은 먹구름처럼 밀려오는 지원군을 가리켰다.
“그런데 너희 인간족은 쥐새끼처럼 숨거나 뒤에서 칼을 꽂는 짓거리나 하잖아!”
그는 갑자기 곁에 있던 인간 수련자 한 명을 잡더니 하늘로 던져 올렸다. 그자는 공포에 질린 채 눈을 부릅떴고 허공에서 몸이 터져서 그대로 혈무가 되었다.
“저놈들이 네 초기 제병을 노리는 건지, 아니면 인간족 제일의 천재라는 네 명성이 배 아파서인 건지 모르겠군!”
만악 성자의 웃음소리가 산과 하늘을 울렸다.
“정말 한심하고 우스운 종자들이야!”
그러나 그 순간 이천후의 목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인심은 헤아리기 어렵고 본성은 복잡하지만 정의와 대의를 아는 자 또한 존재해! 인간족의 신념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지고 피를 흘리는 자들은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거야!”
이천후의 목소리는 귀청을 때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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