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44장
천공 위의 겁운이 묵직한 울림을 토해냈고 본래 찬란하게 금빛으로 빛나던 뇌문이 어느 순간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이천후는 막 웃음 짓던 입꼬리를 거두기도 전에 한 줄기 핏빛 번개가 그를 그대로 산벽에 처박아버렸다.
우르르 무너져내린 암석더미 사이로 튀어나온 그의 팔은 숯처럼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지만 그의 손엔 여전히 끊겨진 번개의 잔광이 꼭 쥐어져 있었다.
‘뭔가 이상해.’
이천후는 입 안의 피를 뱉어내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가 확 수축했다. 핏빛 번개가 몰아치는 구름 사이 거기 떠 있는 건 더 이상 고대 문자 같은 기호가 아니었고 몸통 전체에서 피를 뚝뚝 흘리는 괴물이었다.
그것은 네 발로 번개불을 딛고 있었고 날카로운 송곳니 사이로 핏빛 전류가 감돌았다. 개 같으면서도 개가 아니고 호랑이 같으면서도 또 아니었다.
‘저게 대체 뭐지?’
이천후는 잔뜩 찌푸린 눈으로 으스러질 듯한 하늘을 노려보았다.
“고대 문자가 영체를 얻었어! 저 녀석이 뇌제 비법으로 뇌겁을 정련한 탓에 하늘의 분노를 샀군!”
김태일의 목소리가 팽팽하게 긴장되어 있었다.
쏴아아아...
이천후는 이 악물고 다시 솟구쳐올랐다. 하지만 그의 머리 위로 내려앉은 겁운은 마치 수백 좌의 대산이 한꺼번에 눌러오는 것 같았고 숨 쉬는 것조차 고역이었다.
그 무게감은 살갗이 아닌 뼛속 깊숙한 틈새까지 침투해 들어왔고 칼날보다 더 날카로운 압박이 느껴졌다.
그때 구름 사이로 핏빛 그림자 하나가 휙 튀어나왔고 고대의 화폭에서 튀어나온 화살의 신처럼 그 그림자는 손을 뻗는 순간 진홍색 번개 화살 하나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왔다.
그리고 무려 세 장은 족히 될 그 화살은 이천후의 가슴을 그대로 꿰뚫었다.
피부를 뚫고 튀어나온 금빛 핏방울이 사방으로 튀었고 지금 막 부대경에 진입한 그였지만 이 고통은 차라리 뼈가 얼어붙는 듯했다.
만약 공격받은 게 세찬 태자였다면 아마 그대로 산화해 먼지가 되었을 것이다.
‘버틸 만해! 내 몸엔 뇌제 보술이 깃들어 있어. 저런 번개 따위, 두려울 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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