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04장
칠흑 같은 어둠을 두른 유광 하나가 하늘 끝에서 폭풍처럼 몰아치며 날아들었다. 그 속엔 극에 달한 분노와 솟구치는 살의가 응축되어 있었고 아직 거리가 먼데도 그 기세는 마치 실체처럼 온 광산을 짓눌러버렸다.
이천후의 눈에서 서슬 같은 기운이 번뜩였고 그는 짧게 외친 뒤 손짓으로 모두를 이끌어 자유신장의 공간 속으로 순식간에 피신시켰다.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광산엔 고요하고 음산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도무 성자가 왔어요!”
아니나 다를까 검은 유광이 아직 도착하기도 전에 천둥보다도 거센 포효가 하늘을 가르며 광산을 통째로 흔들었다.
“어디서 굴러온 쥐새끼들이냐! 감히 내 광산을 탐하다니, 오늘 네놈들의 뼈를 가루로 만들고 혼을 박살내지 않고선 내 분노를 삭일 수 없을 거야!”
마지막 분노의 외침은 그 자체가 음파의 포탄이었고 광산 상공에 쏟아져 내리자 하늘마저 찢어버릴 듯 울려 퍼졌다.
그 음파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검은 그림자가 마치 마신처럼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바로 도무 성자였다.
그는 일반인보다 두 배는 넘는 체구를 지녔고 그 모습은 마치 상고의 전장에서 걸어 나오는 악마 같았다.
그가 몸에 걸친 너른 검은색 도포는 바람 하나 없음에도 펄럭이며 핏빛 문양이 살짝살짝 새어 나왔는데 마치 마른 피가 천에 스며 흐르는 듯했고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의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도무 성자가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인데도 하늘을 가릴 듯한 압력이 온 광산을 뒤덮었다. 광폭한 기세는 마치 거대한 해일처럼 그를 중심으로 사방을 휘몰아쳤고 금세 광산의 모든 틈새를 채워버렸으며 그는 하늘을 가리고 땅을 짓밟고 산과 강을 삼킬 기세였다.
자유신장 공간 안에서 연유리를 비롯한 이천후의 동료들은 그 실체 같은 위압에 눌려
얼굴이 창백해지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5만 년간 봉인되었다 깨어난 고대 성자의 위엄이었고 기세만으로도 사람을 절망에 빠뜨릴 만큼 강력했다.
그러나 이천후의 입가에 오히려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사냥감이 드디어 스스로 걸려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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