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1장
이천후의 형체는 언제부터인가 이미 공간의 장벽을 뛰어넘고 있었고 청금빛 신광으로 감싸인 그의 주먹은 마치 산천을 갈아버릴 듯한 무시무시한 위력을 실은 채 동유허의 두꺼운 마린으로 덮인 가슴팍을 정통으로 강타했다.
크르르릉...
신철보다 단단하다는 마린은 종잇장처럼 찢어졌고 이천후의 한 방 앞에서 마왕의 몸은 허망할 정도로 무력하게 무너져 내렸다.
동유허의 몸이 순식간에 굳어버렸고 그 붉디붉은 마안에는 분노와 원한 대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와 혼란이 피어올랐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래를 내려다보았는데 그의 가슴은 도자기에 금이 가듯 수없이 많은 균열로 뒤덮여 있었다.
쿵.
그리고 그다음 순간 수많은 천마들이 경악과 두려움으로 눈을 질끈 감는 사이 동유허의 자랑이자 위엄이던 마왕의 신체는 그대로 산산이 부서졌다.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음과 함께 그 자리에 남은 건 주먹만 한 크기의 작고 붉은 불씨 하나였다. 그 불씨는 희미한 붉은 광채를 내뿜고 있었고 그 안에는 동유허가 평생 동안 갈고닦아온 마력, 생명 정수, 그리고 신화경을 향해 나아가려던 모든 기반이 응축돼 있었다.
바로 그것이 마원의 씨앗, 즉 마왕의 불씨였다.
“너...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작디작은 붉은 불씨에서 동유허의 의지가 날카로운 비명처럼 흘러나왔고 그 속엔 믿기지 않는 현실에 대한 부정과 영혼 깊숙이 파고드는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
정말 단 한 번의 일격이었다.
불과 한 달 전 그는 이천후를 천상 끝까지 지하 끝까지 몰아붙이며 조롱했다. 죽을 힘을 다해 도망치던 그 꼬리를 붙잡으려 발톱을 세웠던 그 날이 고작 어제 같았는데 지금 그는 이천후의 주먹 한 방에 신체도 마력도 자존심도 모조리 산산이 부서진 것이다.
이천후의 끔찍한 성장 속도는 동유허가 가진 상식과 통념을 완전히 뒤엎었다. 이제야 그는 왜 시천마군조차 이자를 쉽게 건드리지 못했던 것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오, 벌써 마종이 완성됐나? 이제 신화를 점화하기 직전이라 이거군.”
이천후의 눈빛이 그 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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