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0장
화령경이던 시절에 이천후는 마치 주인을 잃은 개처럼 도망치기 바빴다.
그때 그를 끝까지 몰아붙이며 하늘 위로도 땅 밑으로도 숨을 곳 하나 허락하지 않던 존재는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악명 높은 동유허 대마왕이었다.
그때의 치욕, 그때의 무력감,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겨우 목숨을 부지하던 그 순간은 아직도 이천후의 가슴 속에 생생히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랐다. 풍수는 돌고 도는 법, 지금의 이천후는 이미 부대경에 도달했고 나무 속성의 황제라 불리는 목황강기 또한 대성의 경지에 올라 모든 만목의 조기를 흡수했다. 게다가 선령의 정수를 통해 육신을 다시 단련했고 조체에는 그 신화 속 세계수의 묘목까지 뿌리내리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를 진정한 강자로 탈바꿈시켰다.
“동유허, 네놈의 수명은 오늘로 끝이다.”
살기 어린 속삭임이 이천후의 내면에서 울려 퍼졌고 억눌러왔던 복수의 쾌감과 자신에 대한 확신이 끓어올랐다.
쉭.
이천후의 몸이 움직였고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청금빛 목황강기는 마치 생명체처럼 살아 꿈틀거렸으며 억지로 숨기기는커녕 오히려 혼돈의 신염처럼 타오르며 사방으로 위압적인 기운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는 어떤 방어도 회피도 없이 산을 무너뜨릴 호랑이처럼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검은 물결처럼 끝없이 밀려드는 천마의 대군 속으로 말이다.
치지지직...
곧이어 믿기지 않는 장면이 펼쳐졌다.
이천후를 향해 사납게 포효하며 달려들던 하급 천마들, 그 발톱과 이빨을 드러낸 채 광분하던 놈들은 이천후의 몸 가까이 고작 십 장 내외에 다가가기조차 전에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금빛 강기의 광채에 스치기만 했는데도 마치 유리병이 신산에 부딪힌 듯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들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더럽고 탁한 마기 한 줄기만 남긴 채 완전히 소멸되어버렸다.
조금 더 강한 마장들도 간신히 접근했지만 이천후의 강기 앞에선 의미 없었다. 파도처럼 요동치는 그 억센 기세에 튕겨 나가고 찢겨졌으며 그가 지나가는 곳은 마치 벌겋게 달군 인두가 눈밭을 긁어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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