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89장
“이놈아, 죽어라!”
극광 성자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그의 손에는 순수한 허공의 힘으로 응축된 투명한 신검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그 칼날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찰나의 틈을 꿰뚫듯 뻗어 나가 사자왕의 두개골 급소를 정확히 겨냥했다.
검끝이 스치는 곳마다 미세한 공간의 파문이 일었고 그 속도는 시각으로도 포착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적장의 목을 먼저 쳐야 해!’
그는 수억 마에 달하는 마군 속에서 오직 마왕의 수급만을 노리고 있었다.
김치형의 광폭한 돌격과 비교하면 극광 성자의 암살은 서릿발처럼 날카롭고 간결했다. 그리고 그 둘과 또 다른 방향에서 전장을 무너뜨리고 있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조민희와 공작 성녀였다. 두 여인은 더없이 조용했지만 결코 약하지 않았다.
전장의 외곽 신휘가 흐르는 공간 속에서 그들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령처럼 고결한 위엄을 뿜어냈다.
조민희는 희고 가는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등 뒤로 흐릿한 월륜의 허상이 솟구쳤고 그 속에서 청명하고 냉정한 월화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언뜻 보기에 부드럽고 아름다운 그 빛은 악마의 피부에 닿는 순간 무형의 칼날이 되어 베어냈다.
그렇게 수많은 천마가 마치 용광로 속에 던져진 눈송이처럼 말 한마디 없이 증발해버렸다.
공작 성녀의 등 뒤에는 다섯 빛깔의 신광이 흐르는 공작 법상이 활짝 펼쳐졌고 법상이 신광을 내뿜을 때마다 그건 마치 천지 창조의 시작에서 음양을 가르던 거대한 붓질처럼 느껴졌다.
신광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 있는 마물들은 그 크기나 위세를 불문하고 몸속의 마기를 모조리 빼앗긴 채 바람에 흩날리는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것이 바로 그녀의 절명 기술 오색신광이었다.
두 여인의 손짓 하나하나에 전장의 균형은 뒤틀렸고 수많은 천마가 소리 없이 사라져갔다.
하지만 그 모든 활약에도 불구하고 이천후의 미간은 더 깊게 찌푸려졌다.
아래쪽의 전장에서는 일시적으로 흐름을 잡았지만 전황은 여전히 위태로웠다. 김치형은 무쌍이라 할 만한 용맹을 발휘했지만 너무 깊이 돌진한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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