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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4장

민예담은 눈처럼 맑은 흰빛의 장삼을 걸친 채 먼지 한 점 허락지 않은 깨끗한 자태로 조용히 서 있었다. 그 모습은 세속과는 거리가 먼, 마치 인간 세상의 때를 전혀 타지 않은 존재 같았다. 윤기 나는 긴 머리는 단정한 옥비녀 하나로 느슨하게 틀어 올려졌고 몇 가닥의 부드러운 머릿결이 관자놀이 옆으로 흘러내려도 그 청아함에는 아무런 흠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초연한 분위기에 더해진 그 가녀린 선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할 만큼 신비롭고 고아했다. 민예담의 얼굴은 마치 창조주가 정성을 다해 빚어낸 예술품 같았다. 눈썹은 멀리 푸른 산의 능선을 닮은 듯 가늘고 길게 흐르며 오묘한 눈매는 정중동의 고요함을 품고 있었다. 그 눈썹이 살짝 찌푸려지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거리감과 고고한 분위기가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차갑고 아득한 격차가 그녀와 세상을 갈랐다. 그러나 가장 보는 이를 압도하는 것은 따로 있었는데 바로 그녀의 눈동자였다. 그건 오랜 세월 얼어붙은 만년빙을 품은 듯한 맑고 깊은 시선이었다. 거울처럼 투명하여 상대의 형상이 비쳐 보일 정도였지만 그 속에는 일말의 감정조차 담겨 있지 않았고 일상의 온기, 감정의 파문, 인간 세상의 티끌조차 모두 배제된 차디찬 고요가 깃들어 있었다. 그 정제된 얼굴에 드리워진 표정은 그야말로 수천 년간 얼어붙은 빙호와도 같았다. 앵두처럼 앙증맞은 입술은 연한 분홍빛이 돌았지만 어떤 유혹도 따스함도 품지 않은 채 마치 한 겨울 눈밭 위에 떨어진 매화 한 잎처럼 차갑고 단정했다. 또한 민예담의 전신은 한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것은 억지로 만들어낸 오만이 아닌 그녀의 존재 자체에서 우러나오는 천년 설산에서 걸어 내려온 신녀만이 지닐 수 있는 본연의 냉기였다. 그녀의 몸 주위 삼척 이내는 마치 다른 세계처럼 광기의 아우성도 피와 땀의 냄새도 흙먼지의 날림조차 닿지 못하는 고요함이 머물렀다. 민예담은 말없이 서 있었는데 그 고요함은 그녀를 온전히 세상과 단절된 존재로 만들었고 그녀의 등 뒤로 벌어지는 종말의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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