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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0장

이천후는 눈앞에 펼쳐진 약초밭을 바라보았다. 대략 한 무 정도 되는 정방형의 영토 위에 백여 그루가 넘는 혈과수들이 가지런히 심겨 있었다. 이 나무들은 키가 그다지 크지 않았고 대략 두 자 남짓에 불과했지만 그 모습은 매우 이채로웠다. 줄기와 잎이 모두 진한 혈홍색을 띠고 있었고 투명하고 반짝이는 광택은 마치 순도 높은 적옥수로 조각된 듯 신비로웠다. 나무는 은은하면서도 눈부신 신휘의 채광 속에 감싸여 있었고 흐르는 빛이 어우러져 멀리서 보면 마치 신성한 영토에 뿌리내리고 아침노을을 온몸으로 머금은 붉은 마노의 숲처럼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혈과수의 가지마다 주먹 크기만 한 열매가 다섯 개에서 여섯 개씩 달려 있었고 그 껍질은 옅은 자줏빛을 띠며 주변에는 육안으로도 보이는 강렬한 혈기가 맴돌고 있었다. 그 혈기는 넘쳐흐르는 생명 정기를 머금고 있어 마치 당장이라도 껍질을 뚫고 터져 나올 듯한 기세를 품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모든 혈과 열매의 표면에 저절로 새겨진 듯한 붉은 문양이었다. 문양의 수는 각각 달랐으며 어떤 열매는 한 줄, 혹은 두 줄만 있었고 드물게는 세 줄, 심지어 네 줄짜리도 눈에 띄었다. 이천후는 문양을 하나하나 훑어보았다. 대부분의 열매가 두 줄 문양을 지니고 있었고 네 줄 문양을 가진 것은 전체 약초밭을 통틀어도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이게 바로 사문혈과라는 건가?’ 호기심이 더욱 짙어진 그는 결국 옆에 있는 민예담에게 물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이 문양이 하나나 두 개짜리예요? 문양 수에 특별한 기준이라도 있나요?” 그러나 민예담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의 말을 들은 듯도 듣지 않은 듯도 안 하고 눈길은 여전히 약초밭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깊고 냉정했으며 미간에 엷은 주름이 잡혀 있었고 생각에 잠긴 듯한 기색이었다. 그 완벽하리만치 흠 없는 얼굴엔 따뜻한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미소 같은 것은 더더욱 없었다. 민예담의 차분한 표정과는 다르게 가벼운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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