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0장

민예담은 그들의 제멋대로인 말과 행동을 나무라기는커녕 마치 이천후를 향한 이 ‘포위 사냥’을 묵인하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차가운 빙설 같은 그녀의 눈동자 안에는 언뜻 보기에는 알 수 없는 기묘한 빛 어쩌면 은근한 기대나 심중의 탐색 같은 감정이 희미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속으로 조용히 저울질하고 있었다. 말은 다소 가볍고 경솔했지만 만약 이천후가 정말로 고개를 끄덕여 받아들인다면 그녀는 결코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환영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단지 그가 가득한 과원에 사문혈과를 가득 피워낸 재능 하나만으로도 그는 천기 성지의 용서방이 될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단순한 자격을 넘어 천기 성지에서조차 구하지 못할 보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이천후 선배님, 그렇게 멍하니 서 있지만 마세요.” 조금은 허스키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담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바로 이어 짙은 향기가 그의 곁으로 스며들었다. 검은색 시스루 천으로 된 얇은 비단치마를 걸친 송유민이 어둠 속 피어난 요염한 흑장미처럼 이천후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 비단 아래로는 과감한 곡선미가 고스란히 드러났고 그녀가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출렁이는 실루엣은 그 자체로 아찔한 유혹이었다. 그녀는 거리낌 없이 손을 뻗어 이천후의 팔을 가볍게 끼었고 입김처럼 은은한 향이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 “어서 말해보세요, 이렇게나 많은 여자 제자들 중에 선배님 눈에 들어온 사람은 누구예요? 네?” 달콤하고도 끈적한 향내가 코끝을 간질였고 그 기운이 마치 뇌리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어 이천후의 정신을 슬며시 흔들어놓았다. “이 일은...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 급하지도 않고요.” 이천후는 애써 목소리를 가다듬었지만 그조차도 다소 뻣뻣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눈치채지 못한 듯 팔을 빼내려 했지만 송유민은 오히려 더 깊이 끼어들며 팔짱을 단단히 조였다.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었다. 이제는 단순히 당황스럽다 못해 심장까지 달아오르고 입안이 바싹 마를 정도로 알 수 없는 더위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