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57장
김치형은 장창을 손에 들고 서 있었다. 그의 존재는 마치 산맥처럼 굳건했으며 조금 전까지 천지를 가르듯 쏟아져 내리던 만절 성녀의 절명 일격마저도 마치 꿈처럼 허무하게 소멸시켜버렸다. 그렇게 일순간 위기를 벗어난 김치형의 기세는 되려 더욱 드높아졌다.
그는 대지를 한 번 힘껏 딛었다. 땅은 그의 발밑에서 갈라져 금이 가고 그의 몸은 찰나의 번개처럼 붉은 금빛을 뿜으며 허공을 가르며 돌진했다.
김치형이 손에 쥔 봉황익금창은 순식간에 하나의 치명적인 한점으로 변모해 공간 따위 무시하듯 만절 성녀의 미간, 그 생명의 중심을 정면으로 겨누었다. 속도는 너무나도 빨라 원래 서 있던 자리엔 잔상 하나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만절 성녀의 동공이 축소되었다. 그녀는 재빠르게 손을 들어 올려 손에 쥐고 있던 대일건곤검을 허공에 날려 올렸고 그 검은 그녀의 머리 위에서 떠오르듯 정지하더니 순식간에 광휘를 폭발시켰다.
그녀 눈의 멀듯한 붉은 빛이 온 하늘과 땅을 물들였고 그 검의 의지에 호응이라도 하듯 놀라운 광경이 그 안에서 펼쳐졌다.
산천이 우뚝 솟고 강이 거칠게 흐르며 해와 달, 별들이 그 속을 부유하듯 떠다니는 장엄한 경계, 검기와 광명 속에 마치 진짜로 펼쳐진 천지창조의 장면처럼 장대한 산하가 그 자체로 드러나고 있었다.
“이건 신통 이상이야!”
“말도 안 돼! 천지의 공명을 이끌어낸 경지라고?”
“검도가 이미 천지의 이치와 융합되기 시작한 거야. 김치형이 위험해!”
관전하던 무리 사이에 탄성과 경악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른바 ‘신통 이상’, 그것은 수련자가 자신의 신통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순간 하늘과 땅의 이치를 흔들며 세상 만물과 공명하는 경지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건 곧 신통이 도의 문턱에 닿았음을 의미하는 이계의 징후였다.
그 광경을 목도한 민예담은 무심코 반 발 앞으로 나섰고 손끝에 진기가 응집되기 시작했으며 마치 지금이라도 참전할 듯한 기세였다. 이에 언제나 여유롭기만 하던 이천후조차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비록 그의 기운은 아직 억제되어 있었지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