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13장
노을은 금빛으로 녹아내리듯 서서히 산등성이를 물들이고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 위에 따스한 주황빛을 얹어놓았다. 황촌으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이천후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묘한 웃음이 번져 있었고 저녁바람이 얼굴을 스쳐 가도 그의 흥겨운 기분을 씻어내진 못했다.
이번 외출은 예상보다 훨씬 큰 수확이었다. 돌을 금으로 바꿔놓을 만큼 장사 수완이 뛰어난 인재를 하나 건진 것도 모자라 뜻밖에도 살아 있는 ‘보살’ 하나를 덤으로 끌고 오게 된 것이다. 바로 뒤를 따라오고 있는 얼굴빛이 잿빛으로 굳어 있는 어린 비구니 서현지였다.
이천후는 무심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가녀린 몸매는 곧게 뻗어 있었고 소박한 승복 자락이 저녁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원래라면 세속을 벗어난 청아한 기운을 뿜어야 할 얼굴이었으나 지금은 차디찬 서리가 내려앉은 듯 굳어 있었고 맑디맑은 눈동자에서는 거의 불꽃이 튈 듯한 분노가 이글거렸다.
간간이 날아오는 그 시선은 마치 독이 서린 얼음송이가 되어 그의 등을 콕콕 찌르며 당장이라도 심장을 꿰뚫어 꿀꺽 삼켜버릴 기세였다.
이천후는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마치 한 마리 차가운 독사가 서서히 기어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우습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당당하기 이를 데 없던 그녀의 황제 친오빠를 반쯤 죽여 놓고 그 옆에서 설쳐대던 졸개 무리까지 단숨에 제압했으니 이 어린 비구니가 자신에게 고운 얼굴을 보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가치는 그 정도 불쾌함쯤은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았다.
대요의 황자가 한 말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었다. 서현지는 타고난 지혜를 지녔고 그 기운을 따라가다가 보면 심상치 않게도 고대 어느 불타의 전생과 이어져 있었다. 그 출신은 실로 두려울 만큼 막강했다.
삼천 세계에서 불계는 초연한 권위를 지닌 존재이자 그 뿌리는 헤아릴 수 없이 깊다. 전설 속에서 은하를 부수던 신마대전이든 훗날 도래한 도외천마의 침공이든 그 암흑의 시절마다 불계는 언제나 중심을 지켰다. 금신나한, 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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