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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4장

“어이, 다들 봐봐! 저 여자애가 온몸에 먼지 쌓인 듯한 회색 승복을 걸치고 머리 위엔 승려 모자까지 쓰고 있네. 설마 진짜 비구니 아니겠지?” 그가 ‘비구니’라는 세 글자를 질질 끌어 발음하자 주위에서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비구니면 어때?” 탁재환이 팔짱을 끼고 입가를 시원하게 찢으며 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그의 웃음에 노골적인 악의가 배어 있었다. “그냥 끌고 와서 마누라 삼으면 되지! 부처님도 중생을 널리 제도하라 하지 않았나? 출가한 사람도 결국 사람이야. 칠정육욕이 있어야지, 참는 게 더 힘들지 않겠어?” 그런 궤변이 터져 나오자 근처에 모여 있던 거친 건달들이 다리를 치며 박장대소했고 여기저기서 맞장구가 터졌다. “그렇지! 재환 형님의 말씀이 옳다니까!” “작은 보살님, 경만 외우지 말고 우리랑 속세의 맛도 좀 봐요!” 거친 농담 하나하나가 뜨거운 기름방울처럼 서현지의 얼굴과 마음에 튀어올라 살갗이 타는 듯한 굴욕감을 안겼다. 온몸의 피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귓불은 화상이라도 입은 듯 달아올랐다. 숨이 막힐 정도의 수치심에 그녀는 승복 자락을 꼭 움켜쥐었고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을 줬다. 차라리 지금 당장 땅이 갈라져 들어가 버리거나 아니면 한 줄기 불심의 광명이 내려 이 더러운 혀를 놀리는 무리들을 모조리 소멸시켜 버리면 좋으련만. 이곳이 무슨 황촌인가. 분명 온갖 오물이 뒤엉킨 산적 소굴이다. 그때 갑자기 고기 굽는 냄새가 공기를 갈라 파고들었다. 그 농밀하고 유혹적인 향이 서현지의 코끝을 무자비하게 찌르며 앞선 수치와 분노를 잠시 밀어낼 만큼 강렬했다. 탁재환이 마치 마술이라도 부리듯 등 뒤에서 노릇하게 구워져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사슴다리를 꺼내들었다. 그는 태연하게 그것을 서현지의 눈앞, 아니 코끝까지 가져다 대며 웃었다. “아가씨, 쓸데없는 말은 됐고! 이렇게 먼 길 걸어오느라 배고팠을 거 아냐? 한 번 맛 좀 봐. 갓 구운 사슴다린데 향이 끝내줘!” 뜨겁고 진한 육향이 얼굴에 들이닥치자 평생을 채식하며 살아온 서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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