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22장
황촌 깊숙한 곳에서 이천후가 직접 손을 써서 깎아 만든 거대한 분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곳은 그가 온 힘을 기울여 일구어낸 약전이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펼쳐진 약전은 규모가 실로 압도적이었다. 탁 트인 평야가 끝없이 이어져 무려 만 이랑을 넘어서는 넓이를 자랑했지만 웅대한 풍경과는 달리 그 대부분은 아직 아무것도 심기지 못한 채 미약한 영기를 머금은 짙은 갈색 흙만 드러낸 황량한 땅이었고 고요하고 쓸쓸할 뿐이었다.
단지 그 중앙 부근의 십여 이랑만이 정성스레 구획되어 단정히 정리되어 있었고 그 위에는 얇은 비단 같은 안개가 피어오르듯 은은한 영기가 눈에 보일 정도로 감돌고 있었다. 그것은 깨어난 생명력이 고요히 흘러가는 흔적이었다.
황촌은 이제 막 기반을 세운 터라 모든 것이 시급히 세워져야 할 판이었다. 저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유구한 전통과 막대한 자원을 지닌 천기 성지와 비교하면 지금의 황촌은 그저 걸음마를 갓 뗀 아기와 같아 가진 바탕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만 이랑 약전의 웅대한 청사진 가운데 지금 빛을 내고 있는 건 그중의 극히 일부, 손바닥만 한 구역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천후는 확신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 광활한 대지가 기이한 화초와 하늘과 땅이 낳은 보약초들로 가득 차게 될 것이며 그것은 황촌의 굳건한 버팀목이 될 것이란 걸.
비록 지금은 겨우 십여 이랑에 지나지 않더라도 그는 그것들을 보물처럼 아꼈다. 황촌의 거친 환경 속에서도 이 씨앗들이 무럭무럭 자라도록 하기 위해 그는 막대한 대가를 치렀다.
무려 수십만 근에 달하는 순정한 선정을 머금은 선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어 복잡한 결정 진법으로 일일이 새겨 넣은 것이다.
만약 이곳에 진법의 대가가 있었다면 약전을 둘러싼 은밀하면서도 거대한 파동을 곧장 느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결정의 장벽들이 겹겹이 펼쳐져 허락되지 않은 어떠한 엿봄도 어떠한 접근도 가로막고 있었으며 동시에 고도의 변환 장치처럼 밤낮없이 선정을 빨아올려 정화하고 그 힘을 고스란히 약초를 적시는 감로의 비로 바꾸어 십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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