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79장
문을 막아선 이는 다름 아닌 이천후였다. 그의 얼굴에 마치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하고 무해한 미소가 걸려 있었고 시선은 곧장 흰옷 여인의 얼굴에 닿아 있었다.
“두 분, 제 친구가 길에서 불의를 보고 나서서 두 분의 곤경을 대신 해결해 드렸습니다. 수단이... 음, 조금 과격하긴 했지만 결국은 도움을 드린 셈이지요. 그런데 두 분은 진심 어린 감사의 말 한마디 없이 이렇게 황급히 자리를 뜨시려 하니, 이건 아무리 봐도 정이나 도리에 맞지 않는 듯한데요?”
흰옷 여인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이천후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고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의협심을 발휘해 저와 제 하인을 구해주신 은혜를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 은혜는 반드시 마음에 새기고 훗날 꼭 보답드리지요. 다만 지금은 급한 일이 있어 잠시도 지체할 수 없으니 부득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뵙지요.”
말을 끝내자마자 그녀는 더 이상 이천후가 말을 이어갈 틈조차 주지 않았다. 곧장 회색 옷의 하인의 소매를 끌어당기더니 두 사람의 몸이 아지랑이처럼 가볍게 흔들리며 그의 곁을 스쳐 지나 문 밖으로 사라졌다.
뜨겁게 일렁이는 공기 속으로 몸을 감춘 그들 뒤에 은은한 향기만 희미하게 남았다.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장터 끝에 이르러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이천후는 막아설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다만 눈을 가늘게 뜨며 낮게 중얼거렸다.
“저 정도의 실력자라면 아까 그런 건달쯤은 손쉽게 쓸어버렸을 것인데 굳이 숨죽이며 피하기만 한 건 도대체 무슨 이유이지?”
그의 눈빛에 짙은 의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마치 안개 속에 가려진 실체를 더듬듯 그들의 정체에서 이천후는 묘한 기운을 감지했다.
“형님.”
뒤에서 황보재혁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특유의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었다.
“굳이 따라붙을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저 두 사람은 겁에 질린 새와 같으니 우리가 덮어놓고 추적하면 자칫 완전히 날아가 버려 숨은 구석에 틀어박힐 겁니다. 그렇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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