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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9장

그 순간 소박한 연꽃 무늬 외투를 걸친 한 여인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자태는 가늘고 매혹적이었으나 발걸음은 가볍고 고요하여 마치 보이지 않는 연화대 위를 걷는 듯했다. 흑발은 폭포처럼 흘러내렸고 다만 한 가닥만 연꽃비녀로 느슨하게 묶어 올렸을 뿐이다. 그 여인의 피부는 눈보다 희고 눈썹과 눈매는 그린 것 같았으며 기질은 고요하고 담담하여 몸 주위에는 아스라한 청기운이 감도는 듯했으니 세속의 티끌이 감히 범접하지 못할 청아함이 있었다. 그녀는 바로 천기 성지의 넷째 성녀 원슬미였다. 그녀는 눈빛이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했고 먼저 천기 성수에게 예를 올리고 나서야 티끌 하나 섞이지 않은 듯한 맑은 눈동자가 천천히 이천후에게 향했다. 원슬미의 눈빛에는 민예담의 냉랭함도 원희의 복잡함도 만절의 적의도 없었다. 오직 신성에 가까운 평온과 고요한 관찰만이 담겨 있었으니 마치 한 그루 기이한 영초를 바라보는 듯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술에 얼음과 눈을 녹일 듯 엷은 미소를 머금고 맑고 공허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천후 님, 오래도록 명성만 들었습니다.” 이천후는 그녀의 눈빛에 가슴이 미묘하게 요동쳤다. 알 수 없는 기이한 감각이 그를 덮쳤으니 마치 자신의 모든 꿰뚫린 듯한 기분이었다. 그는 곧바로 심신을 다잡고 두 손을 모아 답례했다. “청련 성녀님을 뵙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기 성수의 입가에 더없이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는 서두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이었다. “슬미야, 오늘 본 성수는 너와 이천후가 좋은 인연을 맺어 백년가약을 이루길 바란다. 이에 응하겠느냐?” 그 음성은 맑고 뚜렷하여 옥으로 다듬은 조칙처럼 울려 퍼져 순간 고요한 약전 가득 울려 퍼졌다. 그 한 마디가 터지자 마치 평온한 호수에 거대한 바위가 떨어진 듯한 파문이 번져갔다. 쓱. 수많은 시선이 숨김없는 부러움을 담아 원슬미에게 쏟아졌다. 이천후가 누구던가? 만악 성자를 참살하고 요광 성자를 베어냈으며 오만한 지존연맹조차 스스로 면전패를 걸어 항전을 피할 수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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