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16장
“이천후!”
모재완이 하얀 옥탁을 쾅 하고 내려치자 잔 속의 영차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음울하게 굳어 있었고 눈빛에 치욕으로 타오르는 불길이 번졌다.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네 놈이 비선성에서 설치고 다니며 제멋대로 날뛰었다던데? 그리고 사방에서 원수만 쌓고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었다고 말이야! 정말 세상에 너를 제압할 자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어느 날 길바닥에 네 시체가 뒹굴며 들개처럼 내팽개쳐질까 봐 두렵지 않냐!”
그가 이천후를 증오하는 까닭은 단순히 거만해서가 아니었다. 더 깊은 뿌리에는 자월선의 전승자인 태연 성녀가 이천후와 가깝게 지내는 사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월선은 모씨 가문과 대대손손 불구대천의 원수였다. 그 원한이 곧 이천후를 향한 모재완의 증오로 옮겨 붙은 것이다.
모재완은 태어나면서부터 신왕의 아우라는 후광을 짊어진 채 자랐고 그가 중역 전역에서 제멋대로 행세해도 감히 맞서는 자가 없었다. ‘형이 신왕이니 세상 누구도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오만한 사상이 이미 그의 뼛속까지 배어 있었다.
이천후가 천로를 휩쓸고 무명에서 명성 높은 존재로 떠올랐다고 한들 모재완의 눈에는 그저 뒷배 없는 졸부에 불과했다. 그런 자가 감히 모씨 가문의 치부를 들추어 조롱한다니,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죽음을 노골적으로 협박당한 이천후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오히려 몹시 우스운 이야기를 들은 듯 낮게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빛에 연민과 비웃음이 한데 섞여 숨김없이 드러났다.
“하... 내 목숨이 어떻게 되든 네가 걱정할 일은 아니지.”
그의 목소리는 가볍게 흘렀으나 그 속에 듣는 자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기운이 숨어 있었다.
“충고해 주마. 입을 놀릴 땐 먼저 머리를 거치고 말을 내뱉어. 설마 신왕의 동생이란 명패만 믿고 아무도 감히 너를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지?”
“흥! 허세는 그만 부려!”
모재완은 벌떡 일어서서 전신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의 눈동자에 노골적인 살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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