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아마 단과대가 달라서 그런 걸 거야.”
소이정은 재빠르게 입학 안내 자료를 빼앗아 들고,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짧게 뱉었다.
“나 좀 피곤해. 먼저 들어갈게.”
심유찬과 임세윤은 서로 눈을 맞추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녀는 이미 문 안으로 사라져 두 사람의 목소리와 시선 모두를 차단해 버렸다.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이유를 알 수 없는 초조함을 느꼈다.
요즘의 소이정은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마치 무언가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듯했지만 두 사람은 그 정체를 잡아내지 못했다.
“너 가서 달래봐.”
심유찬이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임세윤은 짜증 섞인 얼굴로 머리를 헝클었다.
“진짜 귀찮아. 연기하느라 지쳤어. 갈 거면 네가 가.”
“난 유정이 보러 갈 거야. 유정이도 지금쯤 안내 자료 받았을 테니까, 분명 우리한테 말하고 싶어 할걸.”
“나도 유정이 보러 갈래!”
두 사람은 더 이상 소이정을 신경 쓸 생각 없이 그대로 서둘러 나가 버렸다.
그들이 서둘러 사라진 탓에, 지금 그녀가 영상 도어벨 너머로 모든 상황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다는 건 꿈에도 알지 못했다.
두 사람이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며, 소이정은 쓴웃음을 흘렸다.
‘곧 너희 셋은 정말로 원하던 대로 붙어 다니겠지.’
그런데도 그날 밤, 두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소이정의 집을 찾아왔고, 낮에 서로에게 떠넘기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정아, 요즘 좀 힘들지? 너 수능 끝나면 술집 가보고 싶다 했잖아? 우리가 위험하다고 반대했었는데... 오늘은 시간도 되고, 같이 가자.”
그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소이정은 그런 곳에 갈 이유도, 갈 마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니, 됐어. 이제 가고 싶지 않아.”
그녀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지만, 두 사람은 그걸 단순한 말버릇 정도로 받아들인 듯 그녀를 끌고 근처 술집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 두 사람은 도수가 거의 없는 칵테일을 하나 시켜주었다. 화려한 조명이 몸 위로 쏟아졌고, 강하게 틀린 에어컨 바람이 스치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했다.
이를 본 심유찬은 바로 겉옷을 벗어 그녀 어깨에 걸쳐줬고, 임세윤도 지기 싫다는 듯 과일 접시에서 사과를 하나 집어 내밀었다.
“이정아, 사과 먹어.”
그들의 배려는 과할 정도였고, 질투심도 그에 못지않게 극단적이었다.
소이정이 무대에서 춤추는 남자들을 잠깐 쳐다본 것뿐인데, 두 사람은 금방이라도 싸울 듯 앞을 가로막았다.
“이정아, 보지 마. 이런 사람들 뭐가 볼 게 있다고.”
“네가 보고 싶으면 우리가 더 멋있게 보여줄게!”
누군가 그 모습을 보고 지나가며 그녀에게 장난기 어린 시선을 던졌다. 그 순간, 앞을 막고 있던 두 사람은 무엇인가를 발견한 듯 몸을 굳혔다.
그녀가 시선을 돌리자, 시끄러운 음악 사이로 감춰져 있던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르바이트 유니폼을 입은 문유정이 술잔을 들고 있었고, 그 옆에는 이미 취기가 오른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음흉하게 무슨 말을 하며 다가섰고, 문유정은 눈이 붉어진 채 겁먹은 얼굴이었다. 반항하지 못하자 그 남자는 손을 대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아끼는 사람이 위기에 빠진 순간, 심유찬과 임세윤은 이성을 잃었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고, 소이정을 신경 쓸 틈도 없이 곧장 달려가 남자를 주먹으로 쓰러뜨렸다. 두 사람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남자를 거칠게 때리고 발로 찼다.
술집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고, 남자는 피를 흘리며 연신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문유정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유찬아, 세윤아, 그만해! 더 때리면 진짜 큰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