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12화

갑자기 나타난 하정우는 마치 겨울날의 눈이 녹아내린 물처럼 본래 따뜻했던 방 안의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었다. 이동건은 입가가 경련하듯 움직였고, 하정우의 배경과 내력을 두려워해 분노를 애써 참고 있었다. 분노를 억누른 채, 이동건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 “하정우 도련님, 뭔가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저희 식당 규칙도 아시다시피 복어는 주문 즉시 잡아 요리합니다. 준비된 건 단 다섯 마리뿐이에요, 더 준비할 수가 없어요.” 하정우는 비웃듯이 코웃음을 쳤다. “그럼, 내 손님 앞에서 체면을 구겨야 하나?” 이동건의 안색이 급변하며 서둘러 말했다. “하정우 도련님, 이렇게 하면 어떠세요?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내 추가 재료를 준비하겠습니다. 바로 만들기야 하겠지만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이동건이 말하는 동안, 두 명의 종업원이 서빙 카트를 밀며 들어왔다. 그 위에는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돈이 있어도 먹기 힘든 복어였다. 서빙 카트의 동선과 테이블 번호를 봤을 때 그건 바로 이건설이 주문한 복어 요리였다. 문 앞에 선 하정우는 서빙 카트를 보고 눈이 반짝였다. 그러고는 서빙 카트를 막으며 말했다. “어, 딱 맞는 한 접시가 있네. 이거 내 거야.” 이동건은 쓴 오이를 먹은 듯한 표정으로 이건설을 본능적으로 쳐다보았다. 이번엔 이건설의 표정이 바뀌었다.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자리이다. 장기현도 왔고 이진기도 왔다. 이건설은 그 두 사람 앞에서 체면을 잃고 싶지 않았다. “이 복어는 제가 주문한 거예요.” 이건설은 담담하게 말했다. 목소리는 가볍지만 그 의미는 분명하게 전달됐다. 하정우는 비웃으면서 이건설을 흘겼다. “어디서 튀어나온 X새끼가 감히 나랑 경쟁하려고 하나?” “너!” 이건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건설은 어디를 가든 존중받는 인물이었고 특별한 신분과 높은 지위 때문에 항상 예우 받았다. 스무여살 되어 보이는, 딱 봐도 자신의 조카뻘인 어린 놈이 입만 열면 욕을 하니 이건설은 몹시 불쾌했다. “잠깐만요!” 이동건이 서둘러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