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8화

처음에 당황했던 안해진도 점점 이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이런 일을 처음 경험하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도 추잡하게 남의 아내나 딸에게 수작을 부리다가 현장에서 붙잡혀 적지 않은 수모를 당했다. 그럼 뭐 어떤가? 그는 안씨 집안 사람이고, 안강우의 친동생이다. 안씨 집안은 H상업의 핵심으로, 그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돈과 권력으로 다 잠재울 수 있다는 걸 안해진도 점점 알게 되었다. 여자 좀 가지고 노는 게 큰 일은 아니라는 걸. 안씨 집안의 지위를 이용해 약간의 배상과 협의만 하면 그만이다. 상대방에게 이득을 주면 절대 한사코 안씨 집안과 싸우지 않을 것이다. 안해진의 눈에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진기라고 별반 다르겠는가? 사업가라면, 계속 사업을 하려면 한 여자 때문에 안씨 집안과 싸울 수 없다. 안해진은 자신에게 승산이 있다고 느꼈다. 오늘 발생한 일에 대해서도 그저 약간의 배상만 하면 된다고 생각할 뿐, 이진기가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유채강!” 이진기가 낮은 소리로 외쳤다. “네!” 유채강은 온 몸에서 기운을 내뿜으며 언제든지 손을 쓸 준비가 되어 있다. 이진기의 명령 하나만 있으면, 그는 눈앞의 사람이 누구든 상관하지 않고 일단 공격할 수 있다. 게다가 지금 유채강의 마음 속 분노 또한 이진기 못지 않다. 왜냐하면, 유채강에게 있어 이 모든 일은 모두 그의 직무태만으로 인해 초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직접 자수할 생각까지 했다. 다른 게 아니라 이진기와 김나희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죄책감을 메우기 위해! “거세시켜.” 이진기의 말이 마치 쇠칼처럼 안해진의 마음속에 깊이 파고들며, 처음으로 안색이 변한 그가 놀라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분노했다. “뭐라고, 감히?” 그저 이진기가 자신을 협박하고 있다는 생각에, 억지로 마음을 진정시킨 뒤 안해진이 말투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이진기, 충동적으로 굴지 마. 네가 이렇게 하면 안씨 집안은 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