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2화
이진기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 김나희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면서 그를 기다렸다.
“기다리고 있었어? 먼저 자라고 했잖아”
이진기는 몸을 숙여 소파에 반쯤 누어있는 김나희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까이 있는 이진기의 얼굴을 보며 김나희는 미소를 띠며 담요에서 두손을 내밀어 이진기의 목을 껴안았다.
“당신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잠이 와, 배고프지 않아? 뭐 해줄까?”
“아니야, 혼자 라면이나 끓여 먹을래.”
“라면은 몸에 안 좋잖아.”
김나희는 눈을 뜨고 일어나 부엌으로 가면서 말했다.
“기다려. 내가 국수 한 그릇 해 올게.”
이진기는 김나희의 그런 뒷모습을 보면서 부드럽게 웃으며 자신의 서재로 걸어갔다.
서재의 팩스에는 종이 한 장이 조용히 놓여 있었다.
창장이 보낸 통운광기업의 자산명세서이다.
유독 현금 500000000000이 눈에 띄었다. 0은 심장을 뛰게 하는 숫자다.
그러나 이 숫자들은 이진기에게 있어서 이미 아무런 흡인력이 없었다.
김나희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 한 그릇을 들고 서재에 들어왔을 때, 이진기는 여전히 그 종이를 쳐다보며 멍하니 있었다.
“무슨 생각하고 있어?”
김나희는 이진기 앞에 면을 놓고는 얼굴을 가까이 대 이진기가 보고 있던 종이를 보았다.
“왜, 이 많은 돈을 손에 넣으려고?”
이진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내가 마음 먹고 가져가려 했으면 아직도 회사 장부에 남기지 않겠지. 5천억은 작은 숫자가 아니잖아. 누구든 건드리면 엄청난 골칫거리가 될거야. 난 그렇게 바보 아니야. 오히려 맹유훈만 좋게 하는 일이지.”
“그래서 이 돈은 절대로 건드리면 안돼. 일이 터질 때까지 가만히 놔두는 수 밖에…….”
“그럼 뭘 그렇게 고민하는데?”
김나희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나는 맹유훈이 무슨 꿍꿍인지 생각하고 있었어.”
이진기는 생각에 잠긴 듯 눈살을 찌푸리며 젓가락을 들고 면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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