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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고현우야.” 유도경이 유하연 앞에 고현우를 데려와 소개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직접 고현우한테 말해. 네 안전을 책임질 사람이야.” 유하연은 가볍게 입술을 꾹 눌렀다. ‘안전을 책임지긴, 감시하는 거겠지.’ “응.” 하지만 지금은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녀는 결국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고현우는 이 일이 영 내키지 않는 듯 미간이 깊게 주름졌고 표정도 몹시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유도경의 지시인 이상 그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유도경이 떠난 후, 고현우는 옆에서 대놓고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유하연은 그를 한 번 흘겨보더니 말했다. “커피 한 잔 가져와요.” “그건 제 업무가 아닙니다.” 고현우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딱 잘라 말했다. 유도경이 없자, 대놓고 유하연을 싫어하는 태도를 숨기지도 않았다. 유하연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내 앞에서 얼쩡거리지 마요. 눈에 거슬리니까.” 고현우는 무표정하게 받아쳤다. “그럼 빨리 죽어요. 그럼 제 일도 끝날 테니까요.” 이 말에 유하연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유도경이 날 보호하라고 붙여놓은 사람인데 오히려 내가 빨리 죽길 바란다고?’ 그만큼 자신을 싫어한다는 뜻이었다. 갇혀 있는 것도 답답한데 감정까지 안 맞는 인간을 옆에 두고 있으니 더더욱 집에 있기 싫어졌다. 지루함을 견딜 수 없던 유하연은 유도경에게 외출을 허락해 달라고 했다. 유도경은 서재에서 바쁜 와중에도 그녀를 한 번 올려다봤다. “이번엔 누구 만나러 가려고?” 의도가 뻔히 들리는 질문이었지만 유하연은 전혀 놀라지도 않고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누구를 만나든 어차피 다 알잖아. 내가 뭘 할 수나 있겠어?” 그리고는 비꼬듯 덧붙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결국 네 귀에 다 들어갈 텐데, 안 그래?” 유도경은 그녀의 비아냥을 못 들은 척하고 시선을 거두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 “고현우, 같이 가.” 고현우는 고분고분 대답했다. “네.” 마치 충실한 사냥개 같은 고현우의 태도에 유하연은 비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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