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2화

유하연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그 아이를 원한 적이 없었고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지울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잃게 되니...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고 가슴 깊숙이 날카로운 통증이 스쳤다. 아마도 유산 후의 호르몬 영향 때문인지 예전에는 없던 공허함과 혼란스러움이 밀려들었고 감정은 가라앉은 채 얼굴엔 늘 옅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유채린이 뭔데 이런 말을 하는 거지?’ 다시 눈을 뜬 유하연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네 일부터 잘 챙기는 게 좋을 거야. 내 일에 신경 꺼.” “설사 애가 있었다고 쳐도 뭐? 너 같은 엄마한테 태어나 아빠 없이 자라게 될 애가 더 불쌍하지 않겠어?” 유채린의 약점을 정확히 찌른 말이었다. 순식간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유채린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유하연을 가리켰다. “너, 너...!” “죽고 싶어?” 고함과 함께 분노에 휩싸인 그녀가 손을 들었다. 하지만 유하연은 가볍게 그 손을 쳐내며 차갑게 웃었다. “뭐? 이 몸으로 나한테 덤비겠다고? 웃기네. 내가 네 배에 발이라도 날리면 그 애 제대로 지킬 수 있겠어?” 그 말에 유채린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 쥐었다. 원래부터 태아의 상태가 불안정해 꾸준히 유산 방지 약을 먹어야 했는데 혹여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녀는 정말 죽고 싶을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 이 배 속의 아이 하나만 믿고 심윤재에게서 버티고 있는 거니까. “네가 나쁜 마음을 품었을 줄 알았어!” 유채린은 입술을 악물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다 너 때문이야! 완벽했던 유씨 가문을 네가 망쳐놓았다고!” “우리 가족은 원래 화목했어...” 그 말을 듣자 유하연은 참지 못하고 비웃음을 터뜨렸다. “완벽한 유씨 가문?” 마치 말도 안 되는 농담이라도 들은 듯 그녀는 웃다가 눈물까지 글썽였다. “너 설마 그 인간 가죽을 뒤집어쓴 늑대 떼를 가족이라고 부르는 거야?” “완벽? 퍽이나. 그냥 한통속이었을 뿐이지!” 유채린이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닥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