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1화
“못 들었어? 안 그린다니까!”
“그래.”
유하연의 이런 태도를 보자 유도경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
“안 그릴 거면 됐어.”
‘생각해 줘도 난리네.’
‘겨우 시간을 쪼개려고 며칠 밤낮을 야근한 내가 바보지!’
“가자.”
유도경이 싸늘하게 말했다.
하인들은 눈치 빠르게 유하연이 어지럽힌 물건들을 서둘러 정리하기 시작했다.
유하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인 채, 마치 토라진 아이처럼 앞장서 걸었다.
‘그래, 가자.’
그녀도 이제 정말 돌아가고 싶었다.
더는 그림이고 뭐고 쳐다보기도 싫었다.
그런데...
몇 발짝을 떼던 그녀가 문득 고개를 돌려, 정리되어 다시 포장된 그림 도구들이 바라보았다.
그 순간, 눈가가 붉어졌고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도경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났기에 그녀가 멈춰 선 걸 보자마자,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고 억지로 끌고 갔다.
“이거 놔!”
유하연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유도경의 차디찬 눈빛을 마주하자 더는 버티지 못했다.
유도경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안 그리겠다고 한 거 아니야?”
“그건...”
유하연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유도경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는 차에 강제로 태워졌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시야 한쪽으로 낯익은 실루엣이 스쳤다.
이곳은 관광지 입구라 주변에 관광객이 많아 유도경과 하인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유하연은 단번에 알아봤다.
김성호였다!
아마 그녀의 동선을 따라 여기에 도착한 모양이었고 기회를 엿보며 대기 중인 듯했다.
하지만...
김성호는 겉보기에 유하연 곁에는 하인 한 명과 유도경만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유도경은 이 일에 대비해 안 보이는 곳에 인원을 여러 명 배치해 둔 상태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
유도경은 원래 신중한 사람이었기에 유하연을 데리고 외출할 때는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해두었다.
지금 김성호가 움직였다간 절대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었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