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화
처음 유도경이 갑자기 유하연을 야외로 데려갔을 때부터, 그녀는 조금 이상하게 느꼈다.
그런데 곁에 따라온 하인이 그림 도구와 이젤을 꺼내는 걸 본 순간, 유하연의 눈이 살짝 동그래졌다.
“네가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잖아.”
유도경은 그녀를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잔디밭 위에 앉았다.
“여기 풍경이 좋아.”
유하연은 눈앞에 놓인 이젤을 바라보다가 순간 멍해졌다.
그녀는 정말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젤과 붓을 보는 순간, 낯설다는 느낌이 먼저 밀려왔다.
조심스럽게 붓을 들어 손에 쥔 그녀는 천천히 이젤 앞에 앉았다.
말 그대로 이곳의 풍경은 훌륭했다. 조용하고 아무런 방해도 없는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유하연은 크게 숨을 들이쉬며 살짝 떨리는 손을 가라앉혔다.
그러고는 붓을 들어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번 선을 긋고 나서 그녀의 표정이 확 변하더니 손에 쥔 붓을 세게 집어던졌다.
날아간 붓은 이젤에 부딪혀 튕겨 나갔고, 마침 옆에 앉아 서류를 보던 유도경의 몸에떨어졌다. 그림물감이 묻은 붓 때문에 그의 서류까지 엉망이 되었다.
유도경은 얼굴을 찌푸리며 물든 서류를 내려다봤다.
“대체 뭐 하는 거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잘 그리고 있었잖아.’
‘갑자기 왜 이 난리야?’
유하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돌려버렸는데 표정은 썩 좋지 않았고, 고집스레 그를 보려 하지도 않았다.
유도경은 그녀가 그리던 그림을 힐끔 봤지만, 도무지 무슨 문제인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을 꾹 누른 그는 다시 붓을 주워 건넸다.
방금 더럽혀진 서류가 그에게 꽤 중요한 문서였기에 이 정도로 참아준 것도 그녀를 꽤 배려한 셈이었다.
하지만 유하연은 붓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유도경은 손이 저릴 정도로 붓을 들고 있다가 결국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서 낮고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왜 화를 내는 건데?”
유도경은 겨우 시간을 내서 그녀를 좀 편하게 해주려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 웬 생트집이지?’
유하연은 대답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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