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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유하연은 손끝이 약간 떨렸지만 이를 꽉 물고 끝내 단추를 풀었다. 셔츠가 어깨를 타고 흘러내리며 눈부시게 하얗고 매끄러운 어깨가 드러났다. 그리고 더 아래로... 그녀의 행동을 바라보던 유도경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김성호를 위해서 정말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는 거야?!’ 유도경은 지금 자신의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짜증과 분노가 얽히고설켜 뇌리를 휘감았다. 분노가 그의 눈빛을 짙게 물들였는데 그 기운은 무서울 정도였다. “그만해!” 그는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유하연은 단추에 손을 올린 채로 동작을 멈추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유도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목소리에 단 한 줄기 떨림도 섞이지 않도록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김성호한텐 더 이상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한 거야.” “꺼져.” 유도경은 문 쪽을 가리켰다. 그녀가 더 머물렀다간 자신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었다. 이성을 놓을 정도로 분노에 휩싸였지만 그래도 그녀만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유하연은 조용히 옷을 주워 들고 말없이 아파트를 나섰다. 그리고 그 순간 유도경은 사무실 책상 위의 서류들을 한꺼번에 쓸어내며 내던졌다. 그날 오후 김성호는 유도경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더 이상 유하연을 다른 데로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자신이 직접 처리할 거라고 했다. 다만 누군가가 유하연을 해치려고 할 수도 있으니 그녀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라고 했다. 김성호는 당연히 알겠다고 했고 그 순간 꽉 조이던 가슴이 조금은 놓였다. 물론 유도경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직접 나서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이상 분명히 아성 예술학원 안에 여러 명의 눈을 심어놨을 터였기에 누가 유하연을 해치려고 해도 쉽진 않을 것이었다. 그렇다 해도 김성호는 여전히 유하연의 안전을 걱정하며 주변 사람들을 예의주시했다. 유하연이 그 후 보름 넘게 수업에 집중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진화가 야외 스케치 수업을 준비했는데 미술을 하는 사람들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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