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4화
끼익.
유하연은 손에 쥔 펜을 거의 부러뜨릴 뻔했다. 한참 만에야 정신을 가다듬고 시선을 거뒀다.
“돌아가.”
그녀가 차갑게 경호원에게 말했다. 경호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핸들을 돌려 차를 유하연의 아파트 쪽으로 몰았다.
차창 밖 풍경이 뒤로 밀려 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동안, 유하연의 표정은 수시로 변했다. 진홍빛 입술은 꽉 다물린 채 힘이 지나쳐 거의 핏기가 사라졌다.
‘이래서 강아람이 지금 사는 곳을 알려 주지 않으려고 했구나.’
설마 했는데, 강아람이 유도경과 같이 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파트로 돌아오자, 유하연은 연정의 웃는 얼굴을 보며 모든 감정을 눌러 두고 아이에게만 온전히 집중했다.
저녁 식사 뒤에는 부정빈이 찾아왔다.
연정은 얌전하게 인사했고, 예전처럼 그를 밀어내지는 않았다.
“우리 연정이, 착하지.”
부정빈은 비위를 맞추듯 일부러 준비해 온 선물을 내밀고서야 유하연에게 말했다.
“전에 남은 후유증이 꽤 있어. 병원에서는 이틀 안으로 시간을 내서 종합 검진을 받으라고 하더라. 그리고 몸을 추스르는 약들도 좀 받아 가야 해.”
그 말을 듣고 유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내일 시간 내서 갈게.”
사실 그녀는 요즘 매일 성심껏 몸을 돌보고 있었다. 박미자의 기록을 바탕으로 연정이 지어 준 약선과 약욕 덕분이었다.
다만 굳이 밖으로 말할 필요는 없었다.
“정빈아, 이번에도 고마워.”
수술이 무사히 끝나 깨어날 수 있었던 건 아마 부정빈이 적잖이 애썼기 때문일 것이다. 유하연이 진지하게 말했다.
“나 다 들었어. 네가 결정적인 순간에 국보급 명의를 모셔 오지 않았으면, 나는 아마 수술실에서 살아 나오지 못했을 거야. 네가 또 한 번 나를 살렸네.”
“나...”
부정빈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한참 뒤에야 물었다.
“누가 그렇게 말했어?”
유하연이 옅게 웃었다.
“그때 병원에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데. 명의가 왔다니까 떠들썩했겠지. 네가 말 안 해도 사람들은 다 말해.”
그때 소동이 적지 않았다. 그녀도 깨어난 뒤 여기저기서 흘러나온 말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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