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6화

유하연이 이렇게 말할 줄 몰랐던 연정은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더니 작은 얼굴을 유하연의 무릎에 대었다. “네, 엄마. 치킨이랑 햄버거 먹고 나서 바닐라 아이스크림 하나 더 먹어도 돼요?” “물론이지.” 유하연은 싱긋 웃었지만 눈시울은 어느새 붉어졌다. 너무나도 어른스러운 연정이라 유하연은 가끔 연정이가 이제 고작 몇 살밖에 안 된 아이라는 사실을 잊곤 했다. 연정은 의술에 남다른 재능이 있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일 뿐이었다. 유하연을 배려하기 위해 연정은 자신을 억지로 성장시키려 애쓰며 다른 어린아이들처럼 당연히 요구해도 될 것들까지 참아가며 지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모녀는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차에서 내릴 때까지도 연정이 커다란 인형 ‘뚱이’를 꼭 안고 있었기에 유하연은 뚱이를 위해 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야 했다. 어리숙한 인형을 본 유하연은 오늘 낮에 유도경을 만났던 일이 떠올랐다. “유도경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몇 초 망설인 끝에 유하연은 결국 물어보았다. 유하연의 말을 들은 연정은 놀란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엄마, 전에는 알고 싶어 하지 않았잖아요?” 반문이 아니라 순수한 의문이었다. “좀 이상해서.” 유하연은 담담한 어조로 솔직하게 말했다.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야.” 유도경의 또 다른 약점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언젠가 두 사람이 정말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면 유하연은 망설임 없이 그 약점을 찌를 것이다. 물론 이런 말은 연정에게 할 수 없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연정이 큰 눈을 깜빡이며 순순히 대답했다. “아저씨가 뭔가 중독된 것 같아요. 아주 심각하게요. 온몸에 독이 퍼져 있어서 언제든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요. 이상한 건 이 독은 오랜 잠복기가 필요한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됐을까요?” 연정도 이 점은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 몰래 유도경을 만난 것도 궁금증 때문이었지만 유하연이 싫어하니 그런 생각을 접었다. 유하연은 유도경에게 큰 문제가 있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러니 단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