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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부정빈!” 유하연이 막으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눈앞의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협력사 대표가 슈트 차림의 수행원들을 거느리고 나왔다. 방금까지 실제로 회의 중이었던 모양이었다. “유 대표님, 수천 그룹 직원들 참 대단하네요. 저희같이 작은 회사에서 모실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이만 돌아가 주세요.” 그는 그 말만 남기고 유하연에게 사과나 해명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사람들을 데리고 급히 회의실로 들어갔다. 유하연은 어쩔 수 없이 일행과 함께 자리를 떴다. 빌딩 앞에서 곽하린이 끝내 참지 못하고 부정빈을 호통쳤다.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 지금 하연이가 부정빈 씨 뒤치다꺼리 중인데, 거기다 대고 일만 더 벌여요? 원래 우리가 고려 대상이 아닌 건, 우리가 가장 적합한 파트너가 아니라서였어요. 근데 괜한 말을 던져서 사람들 죄다 기분 상하게 만들었잖아요! 정말 어쩌고 싶은 건데요? 우리 하연이 밀어내고 싶어서 그래요?” 그녀는 정말로 화가 났다. 이 프로젝트를 따내려고 유하연이 얼마나 준비하고 애썼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바로 곽하린이었다. 부정빈도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는지 얼굴 가득 죄책감이 번졌다. “하연아, 나, 나 진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그냥 너무 마음이 급했어. 게다가 저 사람들, 네 앞에서 그렇게 군림하는 태도 보니까...” 그는 유하연에게 거들먹거리는 그들의 태도가 견딜 수 없었다. 보는 순간 불이 확 치솟아, 결국 일을 키워 유하연에게까지 누를 끼쳤다. 유하연은 손을 내저었다. 문득 부정빈을 더 곁에 두고 함께 일하는 게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저 지친 듯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이 프로젝트를 못 가져오면 주주들의 성난 말뿐 아니라 수천 그룹에도 큰 타격이었다. “이걸 원해?” 그때 불쑥 계약서 한 부가 그녀 앞에 내밀어졌다. 유하연이 놀라 고개를 들었고, 여유로운 얼굴의 유도경이 보였다. “유도경, 너...” 그가 또 어김없이 나타난 걸 보자, 부정빈의 속에서 불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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