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1화

부정빈은 그 시선에 놀라 움찔했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연정이는 내 아이야! 그때는 여러 가지 일로 뒤죽박죽이었어. 나는 술에 취해 있었고 하연이는 다른 사람이 놓은 덫에 걸려 약을 먹은 상태였어. 그래서 우리는 그만...” 여기까지 말한 부정빈의 얼굴에 짙은 죄책감이 드리웠다. “하지만 하연이는 줄곧 나와는 상관없다고, 내 아이가 아니라고 부정했어. 그래서 지금까지 하연이와 아이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발버둥 쳐 온 거야. 못 믿겠다면 직접 확인해 봐.” 부정빈은 갑자기 서류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건 다름 아닌 부정빈과 연정의 친자 검사 결과였다. 서류를 집어 든 유도경의 손가락이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문서가 가루처럼 부서질 듯했다. 유도경이 유하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부정빈 말이 사실이야?” 유하연은 잠시 말을 고르다 유도경의 질문에 답하는 대신 말했다. “네 아이라는 생각은 하지 마. 시간으로 따져 봐도 맞지 않잖아. 그러니까 유도경, 쓸데없는 일은 하지 마.” 그 말에 유도경의 안색이 확 바뀌었고 부정빈이 다시 나섰다. “내가 저지른 잘못은 내가 책임질 거야. 하지만 이번 일은 정말 유 대표 덕을 크게 봤어. 유 대표가 아니었다면 우리 집안 가보가 이미 바뀐 줄도 몰랐을 테니까. 하연이가 나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가보만큼은 하연이 손에 있어야 해. 그럴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니까.” 찍. 순간 유도경은 손에 쥐고 있던 보고서를 산산이 찢어버렸다. 그는 어둡게 굳은 얼굴로 종이들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몸을 돌려 유하연의 사무실을 나가버렸다. 유도경의 모습이 사라지자 유하연은 그제야 긴 숨을 내쉬며 안도의 기색을 드러냈다. 그녀는 이마를 짚은 채 부정빈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엔 고마워. 그런데 저 보고서는 어떻게 된 일이야?” “사실 가짜야. 엄마가 눈치채실까 봐 일단 급히 만들었어.” 부정빈이 머쓱해하며 말을 이었다. “만약 연정이가 내 아이였더라면 엄마도 그렇게까지 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