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4화
황정숙이 다시 집에 들어왔을 때, 집안은 섬뜩할 정도로 조용했다.
유하연과 연정은 거실에 앉아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고, 연정은 심지어 눈가가 촉촉해진 상태였다.
“하연 씨, 연정아...”
연정이의 얼굴에 울었던 흔적이 보이자 황정숙은 당황한 표정으로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을 보자마자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곧바로 바닥에 무릎 꿇고 말았다.
약을 담은 상자였는데 약 가루가 든 보자기도 한쪽에 버려져 있었다.
“다 알고 있었네요...”
황정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온몸을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사실 유하연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인한 순간부터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유하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상대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똑똑했다. 이리 어리숙한 행동으로 어떻게 상대를 속일 수 있겠는가?
그녀는 그저 헛된 희망을 품고 있었을 뿐이었다.
“다시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황정숙의 창백한 얼굴을 보자 유하연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눈을 감았다.
황정숙은 최소한 도망가지는 않았다. 무슨 상황이 기다리고 있을지 뻔히 알면서도 돌아왔다는 것은 유하연에게는 그나마 위로였다. 적어도 이 오랜 관계가 그녀 혼자만의 일방적인 감정이 아니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왜 그러셨어요?”
연정은 아직 어려서 이 순간만큼은 참지 못했다. 그녀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황정숙을 똑바로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왜요. 왜 그러셨어요. 왜요.”
황정숙은 연정이가 태어나자마자 줄곧 옆에서 돌봐주었던 사람이었다.
심지어 연정과 함께한 시간이 유하연보다도 더 길었고, 연정도 그녀를 자기 친할머니로 생각하면서 더없이 따르고 의지했다.
신수아가 자신을 인정하지 않았으니 황정숙이 바로 그녀의 친할머니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자기 엄마를 해치려고 했다니.
연정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울음을 터뜨렸다.
“미안해. 미안해. 연정아, 내가 미안해. 너희 엄마한테도 미안하고. 아이고, 우리 불쌍한 연정이... 다 내 잘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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