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8화

테이블 위에는 쏟아진 물컵과 약이 놓여있었다. 황정숙이 스스로 약을 먹고 자살한 것이다. 유하연이 그 옆에 놓여있는 혈서를 부들부들 떨며 확인했다. [하연 씨, 미안해요. 연정아, 미안해. 죽을죄를 지었으니 죽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그 죄를 안고 살아갈 용기가 없는 것 같아요. 모든 분께 진심으로 죄송해요.] 선명하게 적힌 빨간 글씨가 시야에 들어온 유하연은 눈시울을 붉히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줌마 잘못한 거 없어요. 뭘 잘못하셨다고 그러셨어요.” 이 모든 것은 운명의 장난일 뿐이었다. 하지만 황정숙은 깊은 죄책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생명을 바쳐서라도 속죄하고 싶었다. 그녀는 죽기 직전에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야 유하연과 연정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너무 어리석은 짓이었어요...” 유하연은 침대에 누워있는 황정숙의 시신을 바라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엄마.” 눈이 부어오른 연정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꼭 아줌마 대신 복수해요. 아줌마의 딸을 찾아야겠어요. 아줌마 딸 아직 그 사람들 손에 잡혀 있을 거잖아요.” 황정숙이 이 둘에게 폐가 되기를 원치 않았지만 이미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된 이상 어떻게 눈 감고 있을 수 있겠는가. 유하연은 허리 숙여 연정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황정숙을 바라보며 그녀의 눈을 가렸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줌마 딸을 꼭 찾아드릴게요.” 죽었든 살았든 어떻게든 찾아내리라 다짐했다. 다음 날. 큰 충격으로 유하연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겨우 연정이가 잠든 것을 보고 방을 나섰을 때는 이미 동틀 무렵이었다. 그래서 아예 자지 않고 계속 추적하기로 했다. 그 속에서 단서를 찾으려 했다. 그러다 유채린에게로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방시안의 일기장에서 비밀번호를 발견했는데 풀어보니 유채린의 이름 하나뿐이었지만 그래도 꽤 중요한 단서였다. 그 후로 유하연은 유채린의 동향을 끈질기게 감시해보라고 했다. 부하가 소식을 전해왔는데 어젯밤 유채린이 북쪽 교외에 나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