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0화
유도경은 그 물건을 책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것은 말린 꽃잎으로 만든 작은 책갈피였다. 말린 노란색 들국화 한 송이가 오른쪽 아래에 붙어 있었고, 그 주위엔 몇 장의 마른 잎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듯 자리하고 있었다.
다른 장식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단순한 모양 속에 깔끔하고 담백한 아름다움이 스며 있었다.
그는 손끝으로 그 마른 꽃잎을 살짝 쓸어내리며 눈빛엔 그리움이 담겼다.
이걸 누가 그를 위해 남긴 건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와, 이거 진짜 예쁘다!”
꼬마 유하연은 넓은 잔디밭에 배를 깔고 엎드린 채 들꽃 몇 송이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반대쪽에 서 있던 꼬마 유도경은 얼굴을 굳힌 채, 마치 못 들은 사람처럼 묵묵히 서 있었다.
유하연은 금세 입술을 삐죽이며 억울하고 미안하단 표정을 지으면서 몇 송이의 들꽃을 뜯어 그에게 건넸다.
“오빠, 이제 화 풀면 안 돼? 앞으로 다시는 위험한 거 안 할게.”
“학교 끝나면 꼭 집에 바로바로 갈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작은 손으로는 슬쩍 얼굴에 난 긁힌 자국을 가리고 있었다.
전날, 귀여운 길고양이를 보고 무턱대고 골목 안으로 쫓아 들어간 그녀는 우연히 불량배들을 만나 위기에 처했었지만, 유도경이 제때 나타나 그녀를 구했었다.
그러나 그 사건 때문에, 평소엔 절대 화내지 않던 그가 이번만큼은 제대로 토라져 있었다.
꼬마 유하연의 화해 요청에도 꼬마 유도경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굳어져 있는 유도경의 얼굴에 결국 유하연은 울기 시작했다.
“오빠, 나 용서해줘, 응?”
유하연의 눈물이 뚝뚝 떨어지자, 꼬마 유도경은 오히려 더 당황했다.
“알았어, 알았어. 울지마.”
그는 다급하게 유하연의 눈물을 닦아주었지만, 서툴다 보니 동작이 거칠어서 오히려 여린 피부에 빨간 자국만 더 남았다.
그 모습을 본 그는 더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유하연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치켜올리며 그를 바라봤다.
“나 무시하지 마. 오빠가 날 용서하면 안 울게.”
“알았어, 알았어, 용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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