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나는 고개를 돌렸다.
오후의 햇살이 별장의 잔디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검은색 롤스로이스 팬텀이 서 있었고, 그 옆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역광이라 눈을 가늘게 뜨는 순간, 아직 끊지 못한 전화기 너머로 아버지의 분노에 찬 고함이 별장을 울렸다.
“이 계집애가! 어젯밤 내가 한 말 제대로 안 들었지? 내가 잡아준 결혼 상대는 육진 재단의 일인자 육시원이야! 무슨 육민재 같은 듣보잡이 아니라고! 너희 두 사람은 기저귀 차고 다닐 때부터 같이 놀았어! 네가 사탕 뺏으려고 세 골목을 쫓아다니다가 나중에 시집가서 갚겠다고 소리쳤잖아! 이걸 어떻게 착각해? 머리가 문에 끼였어?”
목소리가 너무 커서, 넓은 별장에 또렷이 울려 퍼졌다.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수화기를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멀리 서 있던 그 남자도 분명히 다 들었다.
그는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조용히 서 있다가 그 말을 듣고 어깨를 으쓱하며 웃고 있었다.
나는 급히 전화를 끊고 어색하게 서 있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가짜를 막 정리했더니 진짜가 나타났고, 하필 내 흑역사까지 다 들어버렸다.
그 남자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내 쪽을 걸어왔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얼굴이 또렷해졌다.
뭐라 설명하긴 어려운데 확실히 내 취향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무엇보다도 그의 수트는 몸에 완벽하게 맞았고, 소매 사이로 보이는 흰 셔츠는 주름 하나 없이 정갈했다.
그는 내 앞 두 걸음 거리에서 멈췄다.
바람이 불며, 맑고 차분한 향이 스쳤다.
육민재에게서 나던 싸구려 독한 향수가 아니라, 햇볕에 말린 삼나무 같은 은은한 우디 향이었다.
비교되니 차이가 더 선명했다.
아버지가 그를 그렇게 칭찬하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번엔 거짓말이 아닌 듯했다.
“쿨럭.”
나는 헛기침을 하며 어색함을 깨려 했다.
“그... 아까 집안일을 좀 처리하느라 소란스러웠어. 우스운 꼴 보였네?”
육시원은 나를 내려다보며 눈에 웃음을 담았다.
“괜찮아.”
낮고 매력적인,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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