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5화

전화는 끊겼다. 최유리는 잠시 멍해지더니 이내 배를 잡고 크게 웃었다. 셀카봉까지 흔들릴 정도였다. “아, 진짜 웃겨. 배 아파.” 그녀는 다시 카메라를 내 얼굴에 들이대며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들으셨어요? 20분 이내에 사람을 데리고 온대요. 대사를 참 잘 외웠네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무슨 조폭 영화 찍는 줄 알겠어요.” 육민재도 한숨 돌린 듯 비웃는 눈빛을 보냈다. “진지혜, 허세도 참 대단하다. 그 노인네, 돈 주고 섭외한 거지? 이 연극 하려고 꽤 돈 썼겠네.” 그는 나를 더 볼 가치도 없다는 듯 뒤에서 구경하던 패거리들을 향해 손을 저었다. “다들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놀아요.” “20분? 좋아. 20분 뒤에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 오는지 한번 보자. 아니면 이 미친년이 무릎 꿇게 할 테니까.” 사람들은 한바탕 웃어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은 후 의자 하나를 끌어와 느긋하게 앉았다. 그 침착한 모습이 최유리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녀는 다시 카메라를 향해 시청자들을 선동했다. “여러분, 진짜 판단 좀 해주세요. 오늘은 제 결혼식 날이에요.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겼다니까요?” 말하며 그녀는 카메라를 바닥으로 내렸다. “이게 바로 우리 남편이 10억 주고 산 골동품 화병이에요. 저 여자가 발로 차서 부쉈어요! 우린 배상하라고 했을 뿐인데 이 여자는 안 내겠다고 버티더니 사람 시켜서 전화로 살인 협박까지 했어요! 이게 법치 국가에서 말이 되는 일이에요?” 라이브 채팅창이 순식간에 폭발했다. 나는 그녀의 화면을 힐끗 봤다. [완전 무법자네! 당장 신고해라!] [저런 꼴 보니 질투에 미친 게 분명해.] [사회에서 격리해야 할 인간이야.] [유리 언니 불쌍해... 결혼식 망쳤네.] 끝없이 쏟아지는 욕설을 보며 최유리의 눈빛에 쾌감과 만족이 스쳤다. 그녀는 몸을 돌려 카메라를 등진 채 나를 향해 눈썹을 치켜세우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너, 끝났어.’ “됐고, 쓸데없는 쇼는 집어치워.” 옆에서 오만수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테이블보를 잡아당겨 피가 흐르는 손에 대충 감으며 기름진 얼굴에 욕망을 가득 띠었다. “20분은 너무 길어. 난 못 기다려.” 그는 한 걸음씩 나에게 다가왔다. “아가씨, 고상한 척 그만해. 아까 그 한 방, 꽤 매웠어. 오빠 마음에 들었어. 돈으로 안 되면 몸으로 갚아.” 육민재는 벽에 기대 휘파람까지 불며 지켜봤다. “오 대표님, 너무 세게 하진 말아요. 사람 죽으면 곤란해요. 저 아직 10억 받아야 하거든요.” “알았어. 조절할게.” 오만수는 히죽 웃으며 갑자기 나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가 첫 마디를 꺼냈을 때부터 내 손은 이미 운동복 옆 주머니 안에 있었다. 나는 일어나 옆으로 몸을 피하며 그의 측면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손에 쥔 작은 빨간 병을 그의 눈을 향해 있는 힘껏 눌렀다. 고농축 호신용 페퍼 스프레이였다. 이건 혼자 여행을 다니며 몸에 밴 습관이었는데 설마 내 집에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치이이익. 자극적인 붉은 안개가 정확히 오만수의 얼굴을 덮쳤다. “아악!” 비명이 터져 나오더니 그는 눈을 부여잡고 바닥에서 미친 듯이 구르며 외쳤다. “내 눈! 내 눈! 눈이 먼 것 같아! 이 더러운 년! 죽여버릴 거야!”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매운 냄새가 거실에 퍼지자 근처에 있던 몇 명은 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진지혜, 너 미쳤어?” 비명을 지르던 최유리는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육민재는 얼굴이 새파래져 옆에 있던 원목 의자를 집어 들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감히 내 집에서 날뛰어?” 경비들도 순식간에 포위해왔다. 육민재가 소리쳤다. “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나는 스프레이를 꽉 쥐고 벽 쪽으로 물러서며 달려오는 육민재를 노려봤다. 비록 한 병뿐이지만 이 인간쓰레기들과 같이 지옥 가는 거라면 손해는 아니었다. 그 순간. 부웅... 부웅... 바닥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창밖에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모두가 놀라 굳어버렸다. 육민재도 멈춰 서서 본능적으로 천장을 올려다봤다. “뭐야? 지진이야?” 나는 통유리를 통해 정문 쪽을 봤다. 하늘에 가득 떠 있던 분홍색 풍선들이 순식간에 터져 흩어지고, 강풍을 동반한 헬리콥터 십여 대가 별장 상공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벽에 걸린 시계 분침이 마지막 칸을 정확히 지나갔다. 20분. 단 1초의 오차도 없었다.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