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박태윤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반지를 든 손이 허공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공포가 가득했다.
“서아야... 나 연기 아니야... 진심이야... 나 정말 널 사랑해...”
“진심?”
문서아가 박태윤의 말을 끊었다. 웃음은 더 차갑고 기이하게 번졌다. 문서아는 천천히 허리를 숙여 박태윤의 귀 가까이 다가갔다. 오직 둘만 들을 수 있을 만큼 낮은 목소리였다.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했고, 말끝마다 독을 머금은 얼음송곳처럼 박태윤의 심장을 찔렀다.
“그럼 말해 봐. 박태윤, 그때도 진심이었어? 영웅 구원극까지 짜서 나를 속이고, 결혼이라는 감옥에 가둬 놓고, 네가 제일 아끼던 조가희를 지키려고 나를 방패로 세웠을 때... 그때도 너는 진심이라고 생각했지?”
박태윤의 몸이 크게 떨렸다. 벼락을 정면으로 맞은 사람처럼 그대로 굳어 버렸다. 동공이 끝까지 수축했다. 박태윤은 입을 벌렸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공포와 후회가 해일처럼 덮쳐 와 단숨에 박태윤을 삼켰다.
문서아가 허리를 폈고 목소리는 다시 맑아졌다. 주변 모두가 들을 수 있게끔 또렷하게 말했다.
“그런데 어쩌지? 박태윤, 제일 중요한 걸 하나 잊었네.”
문서아는 박태윤의 눈에서 빛이 조금씩 부서지고 무너지는 걸 지켜보듯, 잠깐 멈췄다. 그리고 잔인할 만큼 가벼운 쾌감을 실어 천천히 말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거야.”
주변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
문서아의 시선이 놀란 얼굴들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창백해진 박태윤의 얼굴에 다시 꽂혔다.
“네가 왜 1년이나 시간을 얻었다고 생각해? 왜 희망이 있는 줄 알았어? 왜 내가 네가 꼬리 흔들며 애걸하는 개처럼 뒤를 따라다니는 걸 지켜봤는지...”
문서아의 입꼬리가 아주 얕게 올라갔다.
“3년 전, 네가 내게 줬던 모욕이랑 절망, 그거 그대로 돌려주려고 했어. 몸으로 천천히 말이야.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이고. 똑같이 맛보게 하려고...”
문서아가 가볍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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