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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문서아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믿기지 않는 얼굴로 박태윤을 노려봤다. “박태윤... 방금 뭐라고 했어? 왜? 왜 그런 짓을 해?” 박태윤은 문서아의 충격과 통증이 뒤섞인 시선을 정면으로 받았다. 눈빛에는 온기라고는 없었다. “왜인지는...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박태윤이 차갑게 말을 이었다. “지난번 피부 이식으로도 넌 아직 정신을 못 차렸어. 오히려 더 심해졌지. 연회 직원을 매수해서 가희 술잔에 독을 가득 탔더라. 매수당한 사람은 이미 입을 열었고, 증거도 확실해.” 박태윤이 오진호 형사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데려가세요. 절차대로 처리하세요. 박씨 가문은 불법 행위를 절대 감싸지 않습니다.” “태윤아, 너 정말...” 문서아가 온몸을 떨며 소리쳤고 목소리는 날카롭게 갈라졌다. “네가 뭘 믿고 그렇게 확신해? 남의 말 한 마디로 나를 범인으로 만들어? 나한테 확인 한 번도 없이 그러는 거야? 박태윤은 날 아내로 생각하기는 해?” 억울함과 분노가 한꺼번에 치밀자 문서아는 이성을 잃었다. 문서아는 수갑을 채우려 다가오는 경찰을 거칠게 밀치고 그대로 저택 밖으로 뛰쳐나갔다. 문서아는 밖에 세워 둔 스포츠카에 올라타 시동을 걸자마자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차가 활시위에서 튕겨 나가듯 앞으로 튀어 나갔다. “문서아, 멈춰!” 얼굴이 굳은 박태윤은 곧장 차에 올라 문서아를 뒤쫓았다. 박태윤은 핸들을 잡은 채 문서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늘 흔들림 없던 목소리가 처음으로 무너졌다. “문서아, 그렇게 달리면 죽어. 당장 세워!” 문서아는 울음 섞인 숨으로 받아쳤다. “세우라고? 세워서 네 손에 잡혀 감옥 가라고? 박태윤, 똑바로 들어. 난 죽는 한이 있어도... 이런 억지 누명 쓰고 끌려가지는 않을 거야!” “억지 누명 아니야. 증인도 있고, 물증도 있어!” “증인? 물증? 그건 조가희가 짜 놓은 판이잖아!” 문서아의 목소리가 처절하게 떨렸다. “태윤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왜 이렇게까지 날 짓밟는 거야. 왜 이렇게까지 날 더럽히는 거야!” 수화기 너머로 절망적인 울음과 엔진 소리가 뒤엉켜 쏟아졌다. 그러자 박태윤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고 어두운 눈빛이 무섭게 가라앉았다. 박태윤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갑자기 속도를 확 끌어올리더니 타이밍을 잡아 문서아 차량 옆으로 차체를 옆으로 거칠게 들이밀었다. 쾅! 충돌음이 크게 터졌다. 문서아의 차가 균형을 잃고 도로 옆 난간으로 처박혔다. 앞부분이 한순간에 구겨졌다. 문서아의 이마가 핸들에 세게 부딪혔다. 그러자 뜨거운 피가 흘러 시야를 단번에 흐렸다. 박태윤이 급히 차에서 내려 문서아 쪽으로 걸어왔다. 박태윤이 문서아가 타고 있는 차 문을 억지로 열어젖혔다. 피범벅이 된 문서아가 흐릿한 눈빛으로 박태윤을 봤다. 의식이 반쯤 끊긴 얼굴이었다. 박태윤은 가슴이 아주 미세하게 조여 들었지만, 표정은 끝내 변하지 않았다. 박태윤은 문서아의 상처부터 살피지 않았다. 그 대신 뒤따라온 경찰을 향해 담담히 말했다. “여기 있어요. 데려가세요.” 문서아는 차에서 끌려 나왔다. 이마에서 흐른 피가 뺨을 타고 떨어져 트렌치코트 위에 번졌고 붉은 얼룩이 꽃잎처럼 퍼졌다. 문서아는 박태윤의 얼음 같은 옆얼굴을 바라봤다. 박태윤이 망설임 없이 문서아를 경찰에게 넘기는 순간, 문서아는 마음이 완전히 죽었다. 문서아는 그대로 구치소에 던져졌다. 안은 어둡고 축축했다. 곰팡이 냄새와 소독약 냄새가 섞여 숨이 막혔다. 그날 밤, 조가희가 찾아왔다. 조가희는 철창 너머로 안쪽을 내려다보며, 노골적인 우쭐함과 독기를 숨기지 않았다. “서아 언니, 여기 어때요?” 조가희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미리 손 좀 써 뒀거든요. 서아 언니가 여기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잊기 힘들게.” 조가희가 간수에게 눈짓했다. 잠시 뒤, 험상궂은 여자 수감자 몇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악의가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문서아를 둘러쌌다. 조가희가 가볍게 지시하듯 말했다. “우리 박씨 가문 사모님을 잘 좀 챙겨 줘요.” 조가희의 눈빛에 뒤틀린 쾌감이 번뜩였다. “고상한 문씨 가문 아가씨가 진흙에 처박히는 꼴... 난 그게 제일 좋더라고요. 그래야 내가 서아 언니를 이긴 것 같거든요.” 조가희는 문서아를 더 보지도 않고 우아하게 돌아섰다. 그 뒤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 이어졌다. 주먹과 발길질, 욕설, 잡아 뜯는 손길이 멈추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곳, 약한 곳만 골라 짓이겼다. 문서아는 차가운 구석에 웅크린 채 이를 악물었다. 문서아는 단 한 번도 살려 달라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겨우 아물어 가던 등의 상처가 다시 터졌다. 팔의 피부 이식 자리는 긁히고 찢겨 피로 젖었다. 고통과 추위와 절망이 밤낮없이 문서아를 갉아먹었다. 문서아는 어떻게 버텼는지도 잘 몰랐다. 꼬박 일주일. 의식이 거의 꺼져 가던 어느 순간, 구치소 문이 마침내 열렸다. 박태윤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역광 속의 박태윤은 여전히 반듯하고 깨끗했다. 이 더럽고 음습한 공간과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먼지 한 톨 묻지 않은 모습이었다. 박태윤은 한때 세상을 무서워하지 않던 문서아가 텅 빈 눈으로 망가진 채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 박태윤의 미간이 아주 잠깐 찌푸려졌다가 곧 다시 아무런 표정도 아닌 얼굴로 변했다. “나와.” 박태윤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이번 일을 겪었으면, 앞으로는 좀 얌전히 살아. 괜히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살라고... 사고 치지 말고.’ 문서아는 그 말을 들어도 가슴 한가운데가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얼어붙은 황무지였기 때문이다. 문서아는 몸을 지탱하며 비틀거리듯 일어섰다. 박태윤이 손을 내밀어 부축하려 했지만 문서아는 그 손을 피해 박태윤의 옆을 지나쳤다. 문서아는 비틀거리며 한 걸음씩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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