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화
하지만 유한나가 아직 한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평온하던 일상은 깨져버렸다.
유한나는 믹싱 콘솔 앞에 몸을 숙인 채 막 녹음을 마친 현악 트랙의 음을 맞추고 있었다.
그때 작업실 문이 가볍게 두드려졌다.
약속된 녹음 기사겠거니 생각한 그녀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들어오세요.”
문은 열렸지만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고요함만이 천천히 스며들었다.
작업을 멈춘 유한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강주혁이었다.
다림질이 말끔한 짙은 회색 코트,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한 강주혁의 손에는 선물 상자가 들려 있었고 시선은 무겁게 그녀에게 꽂혀 있었다.
강주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차분한 목소리에서 그의 감정은 읽히지 않았다.
“조용히 숨어있는 곳이 여기였나?”
유한나는 헤드폰을 내려놓고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강주혁은 몇 걸음 다가와 선물 상자를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내려놓았다.
“민지는? 우리 딸 보러 왔어.”
“유치원에.”
유한나는 담담하게 답한 뒤 작업대를 돌아 흩어진 악보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유한나의 차분함이 오히려 강주혁을 더 자극했다.
강주혁이 예상한 눈물, 질책은 어디에도 없었다.
유한나의 철저한 무시는 어떤 격한 반응보다도 그를 더 견디기 힘들게 만들었다.
강주혁이 한 걸음 다가와 유한나의 길을 막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유한나, 이쯤에서 그만하지 그래? 가출하니까 재밌어?”
유한나는 그제야 얼어붙은 호수 같은 눈빛으로 강주혁을 바라보았다.
“착각하는 것 같은데 이혼 서류에 이미 다 사인했잖아. 우리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야. 딸을 보고 싶다면 미리 시간을 잡아. 여긴 내 일터라서 갑작스러운 방문을 달갑지 않네.”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강주혁은 마치 터무니없는 농담을 들은 사람처럼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사인했으면 뭐? 유한나, 네가 평생 나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와서 밀당이야? 늦었어. 얼마면 돼? 얼마를 줘야 아이 데리고 돌아올 거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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