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화

임수아의 시선을 받은 윤시혁은 어딘가 묘하게 불편해져 고개를 돌려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그는 가볍게 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그건 할머니가 걱정하실까 봐 한 말이야.” 그의 말을 들은 임수아의 입가에 옅은 비웃음이 떠올랐다. ‘하긴, 이 사람이 갑자기 내 일에 신경을 쓸 리가 없지. 아마도 할머니께서 당부해서 이런 말을 한 거일 거야.’ 하지만 이번에는 임수아의 생각이 틀렸다. 할머니는 윤시혁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만 했을 뿐 그 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수아는 적절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윤시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 대표님의 좋은 마음은 감사하지만 저 스스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윤시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뭐라 말하려 했지만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얇은 입술을 가볍게 열고 화제를 돌렸다. “할머니께서 우리랑 온천 리조트에 같이 가자고 하신 거 알고 있지?” “네.” 윤시혁이 말을 이었다.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니, 최근 할머니께서 걱정이 많으셔서 기분이 좋지 않으시다고 해. 이대로라면 병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래.” 이 말을 들은 임수아의 얼굴빛이 살짝 변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 걱정스러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윤시혁의 빼어난 눈썹도 점점 더 찌푸려졌다. 얼마 후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마도 할머니께서 우리 때문에 걱정이 많으신 것 같아.” 이 말에 임수아는 윤시혁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윤시혁이 다시 임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할머니를 더는 걱정시키지 말자. 할머니 앞에서는 연기를 하는 게 어때? 온천 리조트에 가서는 우리 사이가 좋아진 것처럼 연기를 해야겠어.” 윤시혁의 제안을 들은 임수아는 잠시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겼다. “알겠어요.” 그녀는 윤시혁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더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생각에 동의했다. 말을 마친 임수아는 드레싱 룸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윤시혁은 어느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