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화
이런 전적인 신뢰는 임수아의 마음을 깊이 울렸다.
한효진은 비록 임수아의 친할머니는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 더 따뜻한 사람이었다.
피가 이어진 가족조차 주지 못했던 믿음을 오히려 한효진에게서 먼저 받은 셈이었다.
임수아는 코끝이 시큰해져서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할머니. 정말 감사드려요. 진심으로요.”
한효진은 말없이 한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는 묵묵한 위로가 담겨 있었다.
방에서 나온 임수아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바라보고 있던 윤시혁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두 사람의 시선이 잠시 맞닿았다.
하지만 그는 곧 시선을 거두었다.
임수아는 무언가 말하고 싶어 입을 열었지만 두 번쯤 입술만 달싹이다 결국 고개를 떨궜다.
그녀가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그의 목소리가 방 안을 가로질렀다.
“임수아. 너 은채한테 사과해야 해.”
그 말에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
천천히 돌아선 임수아는 무표정으로 윤시혁을 바라봤다.
오늘 의사의 말을 듣고 그 역시 임수아가 서은채를 밀었다고 믿게 된 것이다.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병원에서 서은채를 데려다주고 그녀를 혼자 남겨둔 순간부터 이미 예상했던 결과였다.
“절 믿고 싶지 않다면 어쩔 수 없네요. 그건 당신 권리니까요.”
임수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저한테 사과를 강요할 그럴 자격은 없어요.”
윤시혁의 이마에 주름이 졌다.
“지금 이 상황에도 인정 못 하겠다는 거야?”
“제가 한 게 아닌데 왜 사과를 해야 되죠?”
임수아는 순간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는 그를 비웃듯 고개를 돌렸다.
“진짜 화가 나면 절 물에 밀어버리시든가요. 은채 씨 대신해서요.”
그 말을 남긴 임수아는 드레스룸 안으로 사라졌다. 윤시혁은 굳은 얼굴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둘 사이의 공기는 또다시 싸늘하게 식어갔다.
며칠 후, 영화 촬영 첫날이 밝았다.
임수아는 아침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 이번엔 안욱진이 그녀를 위해 새로 고용한 어시스턴트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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