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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임수아는 윤시혁을 흘겨본 뒤,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방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와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오늘 저녁만큼은 그에게 밥 한 끼 제대로 차려주고 싶었다. 그래봤자 그냥 고맙다는 표시 하나쯤인데 뭐. 밥 한 끼로 그에게 느꼈던 빚 같은 감정도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임수아가 직접 요리를 한다는 소식은 곧 한효진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녀는 무척 반가워하며 말했다. “수아야, 너희 둘 몫만 준비하면 돼. 딴 걱정은 말고.” 음식이 완성되자마자 한효진은 도우미더러 음식을 담은 접시를 두 사람 방까지 가져다주게 했다. 테이블 위에 차려진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음식들을 보더니 윤시혁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먹자.” 그는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떠 넣었다. 고기를 몇 번 씹더니 입가에 어느새 엷은 웃음이 번졌다. 익숙한 맛이었다. 이게 얼마 만에 먹는 임수아의 음식이었던가. 기억도 잘 안 날 정도였다. 결혼하고 한동안 매일 아침저녁으로 먹었던 그 따뜻한 집밥, 회사로 배달되던 도시락까지 다 그녀가 만든 음식이었단 걸 윤시후는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이혼을 얘기한 후부터, 그녀의 음식은 단 한 번도 그의 식탁에 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자신의 입맛은 이미 그녀에게 길들여져 있었다는 걸. 윤시혁은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많이 먹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수아의 마음에는 알 수 없는 따스함이 피어올랐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아침에 시혁 씨가 잠든 사이에 서은채 씨한테서 전화가 왔었어요. 제가 받았거든요.” 말을 하다 잠시 멈춘 그녀는 덧붙였다. “처음에는 전화를 안 받을 생각이었는데 전화가 계속 오길래 어쩔 수 없이 받았어요.” “뭐라고 했어?” 윤시혁은 천천히 입을 닦으며 무심한 듯 묻자 임수아가 대답했다. “딱히 별말은 없었어요. 시혁 씨 찾길래 자고 있다고 했고, 나중에 다시 걸라고 했어요.” “그래.” 그는 짧게 대답한 뒤, 별다른 반응 없이 다시 식사를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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